美 대선 가까워지자 코인 시장…트럼프 지지율 따라 요동친다
해리스 대비 가상자산 시장에 우호적인 트럼프, 공약도 구체적
국내 업계서도 "산업 성장 가능성 측면에선 트럼프 당선이 유리"
- 김지현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미국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당선 확률에 요동치는 모습이다.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하는 식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최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가상자산 시장 발전 허용' 발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시장 발전에 도움 될 것으로 보는 모양새다.
18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4일 5%가 넘게 상승했다. 빗썸의 일일 거래 차트 기준, 비트코인이 5%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한 건 지난 7월15일 이후 처음이다. 3달 만에 비트코인이 급등세를 보인 것인데, 해당 상승 배경의 주요 원인으로는 이날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 급등이 꼽힌다.
가상자산 기반 예측 시장 플랫폼 폴리마켓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후보의 당선 확률은 54.8%로, 44.8%인 해리스 후보에 앞섰다. 이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은 한때 해리스 후보에게 밀리기도 했는데, 최근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더블록에 따르면 미국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최근 투자자 메모를 통해 "트럼프 후보의 당선 확률이 높아지면서 비트코인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양당 모두 가상자산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폴리마켓 베팅 지표에 따라 트럼프 후보의 당선 확률이 높아질수록 비트코인이 더욱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더 기대하는 배경에는 그가 해리스 후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상자산 산업 발전에 우호적이며 규제에 대해서는 완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 2021년 '비트코인은 사기다'라는 발언을 한 장본인이기도 하지만,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산업에 규제의 칼날을 들이밀자, 이를 비판하면서 점차 가상자산 산업에 우호적인 인물로 변모했다.
특히 '크립토 저승사자'로 불리는 게리 갠슬러 SEC 위원장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며 본인이 대통령이 될 경우 그를 해임하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후보의 이번 대선과 관련해 대표적인 가상자산 공약으로는 크게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확장 지원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 매도 금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출시 금지 △미국 내 비트코인 채굴 장려 등이 꼽힌다.
우선 트럼프 후보는 달러의 가격을 추종하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표적으로 테더(USDT)와 USDC 등이 있는데,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시장의 유동성 지표로 활용될 만큼 가상자산 시장 안에서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가상자산이다.
최근 일본이나 중국 등이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이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미 국채의 새로운 수요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후보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확대를 통해 달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트럼프 후보는 지난 7월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 참가해 "대통령이 된다면 미 정부가 비트코인을 팔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을 비트코인 채굴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미국이 비트코인을 시장에 매도할 경우,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데 트럼프 후보는 이 같은 위험성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이 호의적인 반응을 내놓은 CBDC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의 개념인데, 일각에서는 미국 시장 내 CBDC가 사용될 경우 연준이 개인의 자금 사용처를 면밀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한편 이번 미 대선을 주시하는 국내 블록체인 업계에서도 전반적으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가상자산 산업 발전에는 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경필 쟁글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가상자산 시장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 후보는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삼아 미국을 전 세계의 가상자산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장 센터장은 "반면 해리스 후보는 지난 9월 인공지능과 가상자산 같은 혁신 기술을 장려하겠다고 밝히긴 했으나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서는 엄격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트럼프 후보는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와 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의 세금 감면 법안을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해리스 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기존 바이든 행정부 체제에 비해 가상자산 시장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긴 했으나 트럼프 후보에 비해서는 산업 친화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진 않다는 시각이다.
장 센터장은 나아가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트럼프의 친(親)가상자산 정책은 가상자산 산업의 성장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SEC의 규제나 소송 등을 완화하며 초크포인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 기조는 가상자산 산업의 고용효과와 규제 불확실성 해소로 이어지며 사업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 센터장은 우선 "현재 미국의 금리 추가 인하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후보와 해리스 후보 모두 재정적자 해소를 우선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든 가상자산 업계는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SEC의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과잉 규제 의지를 생각한다면, 임기 첫날 겐슬러 의장 해임을 약속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리스크는 더 많이 해소될 것"이라며 "이 같은 행동이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나아가 "트럼프 후보는 채굴 규제 완화 공약이나 (미 정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79만개 더 매수해 비축하는 신시아 루미스 의원의 비트코인 전략자산 법안에 힘을 실어주는 등 향후 비트코인 산업에 더 큰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리서치 연구원도 "해리스 후보가 최근 AI, 가상자산을 비롯한 신기술 산업에 대한 진흥을 공약으로 내세우긴 했다"면서도 "보다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가상자산에 옹호 입장을 밝혀온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산업에 우호적인 규제 및 정책이 미국 내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그러면서 "특히나 가상자산 산업에 굉장히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해온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의 해임은 디파이를 비롯한 가상자산 규제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mine12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