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방치" 금감원, 우리은행 경영진 또 질타…경영실태평가 '빨간불'
"문제 없다"는 우리금융에 금감원 '세 차례' 중간 검사 결과 발표
경영진 직접 제재는 어려울 듯…'경영실태평가' 등급에 반영 전망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 부정 대출 사건에 대해 다시 한번 경영진의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금감원 검사가 최종적으로 확정되기 전 중간 검사 결과를 언론에 여러 차례씩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에 대한 우리금융 및 계열사의 대응 태도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지난 8월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에 대해 "정상적인 대출"이라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
금감원은 현 경영진의 미온적 태도가 이번 사태를 키웠다고 보고 있지만, 지배구조법상 경영진을 직접 제재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 7일부터 우리금융·은행의 정기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만큼 내부통제의 허점을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7일 우리금융그룹 계열인 우리금융저축은행·캐피탈에서도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자에 대해 14억 원 규모의 부적정 대출이 실행됐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은행 출신 임직원이 대출 신청 및 심사에 개입해 부적정 대출이 실행됐고, 사후관리를 소홀히 해 법인 대출금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되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눈여겨볼 점은 다시 한번 '경영진'의 책임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및 경영진이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적정 대출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즉각적인 대처를 취하지 않아 부적정 대출이 계열사로 확대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꼬집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 여신감리 부서는 지난해 9~10월 전임 회장 친인척 대출 사실을 현 경영진에 보고했다. 그러나 우리금융저축은행에서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이 발생한 시기는 지난해 1월이었다.
금감원은 지난 8월에도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경영진의 책임을 지적했으며, 이복현 금감원장도 "법상 할 수 있는 권한에서 최대한 가동해서 검사와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은행 부정대출' 사건과 관련한 금감원의 발표는 지난 8월12일과 26일에 이어 이번까지 총 세 차례다. 통상 금감원은 특정 금융사의 수시 검사 결과가 확정되기 전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지 않는다.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경우 중간 결과를 발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사태처럼 여러 차례씩 반복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금감원은 우리금융 및 계열사의 대응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지난 8월 27일 한 국회 의원실의 질의에 대해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이 있지만 여신심사역 협의회 전결로 취급했으며 현재까지 정상 변제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우리은행은 금감원이 이번 사건을 처음으로 발표한 직후에도 "해당 사안은 여신 심사 소홀에 따른 부실이므로 금감원에 보고할 의무가 없고 뚜렷한 불법행위도 발견되지 않아 수사 의뢰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금감원은 우리은행 측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 바 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 및 계열사에 대해 "스스로 문제가 없다는 식의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저축은행 및 캐피탈에 대한 수시 검사에 착수한 이유에 대해서도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은행의 자체 검사만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은 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 우리은행 경영진을 직접 제재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이사 등의 내부통제 등 총괄 관리의무' 등을 담은 책무구조도는 다음 해 1월부터 실효성을 갖는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7일부터 시행 중인 우리금융·은행 정기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경영실태평가 등급에 내부통제 문제점을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감원은 올해부터 은행 경영실태평가에 내부통제를 별도 평가 부문으로 분리하고 평가비중을 대폭 상향했다. 종전 5.3%에 불과했던 내부통제 비중은 올해 15%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이번 검사에서는 우리금융이 받을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핵심 사안이다. 경영실태평가에서 내부통제 미비 등을 이유로 3등급 이하를 받을 경우 보험사 인수가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수시 검사를 통해 손태승 전 회장 관련 부정 대출이라는 특정 사안을 점검했다면 정기 검사를 통해서는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전반적인 리스크 관리 실태를 평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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