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은행 중심' 가계부채 조절…"시장 개입 아닌 건전성 관리"(종합)

"정부가 획일적 대출 기준 정하면 국민 불편 더 커질 것"
"은행이 실수요자 보호하며 '투기성 대출' 줄일 것으로 기대"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관리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9.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김현 김도엽 기자 =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은행 중심'의 가계부채 관리 정책을 펼치겠다고 6일 밝혔다. 정부가 획일적 대출 제한 정책을 펼치기보다 소비자들의 현실을 잘 아는 은행들이 '실수요자 보호·투기 대출 제한'에 걸맞은 대책을 합리적으로 내놓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가 은행권 대출 상품에 개입하는 '시장 개입' 논란에 대해서는 "거시 건전성 관리"라고 답했다. 대출 폭증세가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하면 "비판을 받더라도 정부가 해야 할 책무"라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시행 중인 2단계 스트레스 DSR 조치와 은행권 대출 관리 대책까지 '투트랙'으로 가계부채를 관리하되, 대출 수요가 진정되지 않을 시 추가 조치를 과감하게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 "정부의 획일적 대출 기준 국민 불편 커질 것"

금융위원회는 6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최근 정부의 모호한 가계부채 관리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일자 경제·금융수장들은 이날 이른바 'F4'(거시경제금융회의·Finance 4)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브리핑에 나선 김 위원장은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하향 안정화하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정부 출범 이후 일관된 기조에 따라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었으나 최근 수도권 주택 시장의 과열로 가계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서민과 무주택자에게 부담과 피해가 늘어난다"며 "지금은 가계대출을 관리해야 할 때"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은행 중심'의 가계부채 관리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획일적 기준을 정하게 되면 소비자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정들을 고려하기 어려워 국민 불편이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금융회사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투기 대출은 제한하되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합리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은행권에선 '대출 축소 릴레이'가 벌어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해 전세대출, 신용대출 한도 및 대상을 축소했으며 일부 은행은 "무주택자만 전세대출이 가능하다"는 초강수 조치를 꺼내기도 했다. 약 일주일 사이에 5대 은행이 발표한 대출 축소 대책만 총 30여개에 달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관리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9.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 "시장 개입 아닌 '거시 건전성' 관리…정부의 책무"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부의 '시장 개입' 논란에 대해서는 "거시 건전성 관리"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제가 취임 일성으로 이야기한 '가계부채 관리' 역시 넓은 의미에서는 시장 개입이 될 수 있다"면서도 "시장 개입이라는 용어보다는 거시 건전성 관리가 맞다고 판단하고, 이것은 비판받더라도 해야 할 정부와 감독 당국의 책무"라고 밝혔다.

물론 은행의 개별 행위에 대해 정부가 어디까지 관여할 것이냐는 고민이 있다면서 "가장 투기적으로 생각되는, 꼭 필요하지 않은 대출 수요부터 줄여 나가라는 방침에 맞춰 자율적 조치를 요구하는 것으로 시장 개입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실패한 가계부채 관리 책임을 은행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책임을 전가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을 줄여야겠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은행이 스스로 대출 관리를 해나가는 것이 시스템 선진화, 운영 선진화 부분에서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생각하는 '실수요자'의 정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실수요자는 맞다, 아니다로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답했다. 다만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의 부동산 거래, 실거주할 집이 아닌데 전세를 끼고 사는 대출은 투기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1주택자 추가 주택 구입은 자녀 취학, 직장 이동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며 투기·실수요로 이분화해 판단할 수 없기에 고객을 가장 잘 아는 은행이 판단해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가계부채 안 잡히면 추가 조치…모든 옵션 올려뒀다"

이날 김 위원장은 금융당국 간 메시지 충돌 비판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김 위원장은 "대출을 죄다가 다시 실수요자를 보호하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뭔가 어긋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금융당국은 한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며 "단편적인 메시지가 아닌 전체적인 맥락을 봐달라"고 했다.

이 원장은 지난 4일 "은행권은 기계적·일률적 대책을 지양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낸 바 있다. 이후 일각에선 이 원장의 메시지가 오히려 부동산 시장과 금융권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는 확고하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향후 지속해서 주택시장이 과열되거나 가계부채 빠르게 증가하면 추가 조치를 과감하게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떤 조치를 도입하느냐는 질문에는 "상환 능력에 맞춰서 대출받는 'DSR' 규제를 확대하고 내실화하는 방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상황에 따라 대출 수요가 어디로 이동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옵션을 올려둔 상태"라고 말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