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이냐, 교체냐" 9월 은행권 CEO 선출 본격화…일부는 '칼바람' 예고

은행장 '2+1년' 관례에 연임 무게…농협·우리은행은 '빨간불'
당국 "임기 3개월 전부터 CEO 선임 절차"…수협·SC제일 '신호탄'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을 이끄는 수장들의 임기가 모두 연말 만료를 앞두고 있어 은행권에 대대적인 대표이사(CEO) 구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현 CEO들의 연임 여부다. 2년 임기 후 1년을 연장하는 '2+1' 관례에 따라 대부분 임기를 연장받을 것으로 점쳐지지만, 올해 발생한 잇단 금융사고로 '칼바람'이 예고된 은행도 있다.

금융당국이 체계적인 경영 승계를 위해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후보자 검증을 주문하면서 이달부터 차기 CEO 선임 절차가 시작될 전망이다.

◇ 은행장 '2+1년' 관례… 국민·신한·하나 연임 무게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 CEO들의 임기가 모두 올해 12월 31일 만료되면서 연임 및 교체 여부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지주는 계열사 CEO에게 통상 2년의 임기를 부여한 후 1년을 연장하는 '2+1' 제도를 택하고 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올해 말까지 총 3년을, 타 은행장들은 첫 2년을 채운다.

우선 '실적'만 놓고 보면 대부분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5대 은행이 올해 상반기 이자이익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 안정성 측면에서도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대부분 연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구체적으로 이재근 국민은행장을 포함해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의 경우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금융당국이 CEO의 장기 집권을 경계하는 분위기는 이재근 행장의 3연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금융사고 책임론…우리·농협은 연임 '빨간불'

올해 연이은 금융사고로 홍역을 치른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의 경우 현 CEO의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시각이 많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직원의 180억 원대 횡령 사고에 이어 최근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정적 대출 사건까지 겹악재를 맞았다. 현재 우리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뿐만 아니라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현 경영진의 '책임론'을 언급하면서 향후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향한 제재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금융당국의 '문책 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을 시 연임이 제한된다.

농협은행 역시 금융사고가 걸림돌이다. 농협은행은 올해 들어서만 총 4차례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직원의 100억 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한 후 해당 직원이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특히 농협중앙회가 지난 5월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한 계열사 대표이사의 연임을 제한하겠다"고 못 박으면서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연임 역시 험로가 예상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 "CEO 선발, 체계적으로"…임기 3개월 전부터 절차 개시

은행권은 이달부터 본격적인 경영승계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은행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발표하면서 "최소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하라"고 당부했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임기 만료 2개월 전부터 관련 절차를 개시했는데 너무 촉박하거나 형식적으로 운영됐다는 지적에서다.

이에 더해 △CEO 선정 과정의 문서화 △CEO 자격요건을 구체적으로 정의 △CEO 후보에 대한 외부 평가 등 CEO 선임 세부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CEO 임기 만료를 맞는 수협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은행장 공개모집'에 돌입한 상태다. 현 강신숙 수협은행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17일 임기가 만료된다. 현 박종복 행장이 퇴임을 선언한 SC제일은행도 오는 5일 차기 은행장 선출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연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