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전방위 '옥죄기'…깐깐해진 은행, 주담대 급증세 꺾였다
주담대 1.17조 늘어…은행 2곳은 잔액 줄기도
금융당국, 지방은행·보험사 등 풍선 효과 예의주시
- 김도엽 기자,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이 지난주 들어 증가세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속 대출금리 인상을 이어오던 은행권이, 투기 수요를 잡고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 기조로 전환하면서다.
다만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수요층이 지방은행, 2금융권으로 옮겨가면서 풍선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은행에선 일손이 부족해 대출을 중단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지난주 주담대 잔액 1.1조 늘어…26일부터 증가세 꺾여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29일 기준 724조 61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7월 말(715조 7383억 원) 대비 무려 8조 3234억 원 늘어난 액수다. 지난 2021년 4월 9조 2266 억원 이후 가장 많이 증가했다. 7월 한달 증가분(7조 1660억 원)은 이미 넘어섰다.
다만 한 주 전인 지난달 22일 대비로는 1조 5332억 원 늘었다. 역대급 증가세를 기록하던 가계대출 잔액에 제동이 걸린 것은 주담대 증가세가 크게 꺾인 영향이 크다.
주요 5대 은행 주담대는 지난달 22일까지 6조 1455억 원 늘며 역대급 증가세를 보이고 있었는데, 지난주 들어선 1조 1779억 원만 늘었다. 특히 5대 은행 중 2개 은행은 주담대 잔액이 오히려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주담대 잔액 증가세는 지난달 25일 이후 크게 꺾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26~29일 사이 주요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1175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달 15~22일 1주일간 2조 9048억 원 늘어나는 등 하루에만 4000억 원 이상씩 늘었는데, 26~29일 사이는 하루 300억 원도 늘지 않은 것이다.
◇'가계대출 추가 대책' 속속 내놔…전세·신용 전방위 조이기
이는 은행권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수도권 집값 상승세로 인한 가계대출 급증 관련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에 협조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대출이 갭투자 등 투기수요에 흘러 들어가지 못하도록 다양한 조치도 시행하기로 했다.
주요 5대 은행은 7~8월 사이 22차례 주담대 금리를 인상했는데, 이를 넘은 가계대출 추가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통상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 1~2주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달 은행권이 실시한 주담대 억제 정책이 지난주 들어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주담대 모기지보험 상품 MCI·MCG 가입을 제한한다. MCI·MCG는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대출액 한도를 줄일 수 있다. 서울 지역 아파트의 경우 5500만 원, 지방의 경우 2500만 원의 대출 한도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지난 6월부터 MCI 취급을 중단한 상태다.
지난 7월 29일, 지난달 29일에 이어 오는 3일 가계대출 추가 대책을 발표한 국민은행은 수도권 소재 주담대 최장 대출 기간도 30년으로 축소하는 한편, 우리은행은 다주택자 생활안전자금목적 주담대 한도를 2억 원에서 1억 원으로 축소하기도 했다. 또 주담대뿐만 아니라 전세·신용대출 등 전방위적으로 고삐를 죄고 있다.
아울러 농협은행은 오는 30일부터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 상품은 지난해 50년 만기로 출시돼 가계대출 증가 요인으로도 꼽혔는데 출시 두 달 만에 50년 만기 판매가 중단됐고, 이달 말부터는 상품 자체 판매가 중단되는 것이다.
◇지방·인터넷·보험사로 쏠림 현상…금융당국도 '예의주시'
주요 은행에서의 대출이 어려워지자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보험사 등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오픈런' 경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맞춰 하루 주담대 접수량을 제한하고 있는데, 접수 오픈에 맞춰 한도가 급속히 소진되는 것이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는 수도권 소재 9곳의 지점에서 신규 주담대 신청 접수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지난달 30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고정형(5년 주기형) 금리는 3.66~6.06%로 집계됐는데, iM뱅크는 3.25~3.85% 금리로 오히려 더 저렴한 금리로 상품을 판매 중이다.
주요 5대 은행과의 금리가 역전되면서, iM뱅크로의 주담대 문의도 폭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일손 부족 현상'이 발생하며 신규 대출 접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외 BNK경남은행은 최저 3.59%, BNK부산은행은 최저 3.74%를 제공 중으로, 주요 5대 은행보다 더 저렴하거나 비슷한 금리를 보이고 있다.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삼생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7개 보험사 주담대 금리 하단은 3.54%로 주요 5대 은행보다 0.11%포인트(p) 낮다. 은행 금리 하단은 고객 최저금리로 우대금리를 모두 적용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숫자다. 통상 보험사 주담대 금리는 은행보다 높지만, 시중은행이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침에 따라 대출금리를 계속 올리면서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보험사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대체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다. 최근 보험사들은 금리산정의 기조가 되는 국고채 금리 하락에 따라 주담대 금리를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기준 생명보험사 주담대 금리는 3.54~6.83%로 전월 3.82~6.94% 대비 하단은 0.28%p, 상단은 0.11%p 금리가 하향 조정됐다.
금융당국은 풍선 효과를 예의주시 중이다. 이날부터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DSR을 앞두고 '막차타기' 수요가 몰렸는지를 살피는 한편, 2금융권으로의 수요 이전도 모니터링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 원인에 따라 맞춤형 대응이 이뤄질 수 있다"며 "막차타기 수요 등 전 금융권을 다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do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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