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첫 '10년 주기형 주담대' 출시에도…시큰둥한 소비자, 왜?

5년 주기형보다 금리 높아…금리 인하 시 변동형이 '유리'
'주기형 확대' 유도하는 금융당국…"선택권 제한" 우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2024.7.28/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신한은행이 시중은행 최초로 '10년 주기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선보이면서 대출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늘어나게 됐다. 금융당국의 '장기 고정금리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출시된 만큼 다른 은행도 비슷한 상품을 선보일 가능성이 작지 않다.

다만 현시점에서 10년 주기형 주담대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은행권이 주력 판매 중인 5년 주기형 주담대보다 금리가 높을 뿐만 아니라,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장기 고정금리' 매력이 낮기 때문이다.

◇ '10년 주기형' 주담대 금리 3.38%부터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전날 10년 주기형 주담대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 2022년 기업은행이 10년 고정금리 상품을 5000억원 한도로 판매한 바 있지만 시중은행 중에선 최초다.

주담대 금리는 크게 주기형과 변동형으로 구분된다. 현재 은행권이 판매하는 주기형은 대부분 5년 주기로 금리가 바뀌고, 변동형은 6개월마다 금리가 재산정된다. 통상 금리 상승기에 주기형 수요가 늘고, 금리 하락기에 변동형 수요가 늘어난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10년 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3.38~5.39%로 책정됐다. 5년 주기형 금리인 3.28~5.29%보다 하단 기준 0.1%포인트(p) 높다. 변동형의 경우 4.09~5.70% 수준이다.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 10년 주기형 선택할까?…은행원도 '물음표'

문제는 10년 주기형 주담대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느냐다. 10년 주기형은 5년 주기형보다 금리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10년 동안 금리가 고정되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도 금리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까지 고려해 금리를 더 높게 책정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도 10년 주기형 금리를 5년 주기형보다 0.1%p 높게 책정했는데, 대출 규모가 '억 단위'로 넘어가는 주담대의 특성상 작은 금리 차이도 소비자의 선택을 크게 좌우한다.

심지어 주담대는 통상 3년이 지나면 '중도상환수수료'가 사라진다. 이에 대출 소비자들은 5년 주기형 주담대를 이용하더라도 3년이 지난 후 더 싼 금리의 상품으로 갈아타기를 시도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대출 소비자 입장에서 5년 주기형보다 금리가 더 높은 10년형을 선택할 요인은 크게 없어 보인다"면서 "결국 대출 유형을 선택하는 것은 금리"라고 말했다.

◇ '주기형' 유도하는 금융당국…"선택권 제한" 목소리도

신한은행이 10년 주기형 주담대를 내놓은 이유는 '정책'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소비자의 금리변동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변동형 대출 비중을 낮추고 주기형 비중을 30%까지 맞추라고 은행권에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당국이 시도하는 '대출 체질 개선'이 시기상 적절하지 못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자들은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변동형 대출을 선택하기 마련인데, 현재 의도적으로 주기형 대출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권 대출 금리는 변동형이 주기형보다 하단 기준 1%p 더 높다. 지난 9일 기준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주담대 금리는 주기형 3.09~5.63%, 변동형은 4.09%~6.38%로 책정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졌음에도 금리 차이로 인해 변동형 대출을 선택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하반기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