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 "가상자산 ETF, 현 시점에선 득보다 실 커"
올해 미국·홍콩·영국 등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 허용
우리나라는 중개도 발행도 금지…"금융 안정 저해 가능성"
- 박현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올해 미국, 홍콩 등 해외 국가에서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가상자산(암호화폐)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된 가운데, 현시점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연계 상품 도입 시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해외의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고찰'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미국, 홍콩, 영국 등은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ETF의 상장을 승인했다.
일례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그간 줄곧 거부해 왔던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지난 1월 10일 마침내 허용했다. 또 지난 5월에는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를 위한 거래소 상장 규정 개정을 승인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비트코인 선물 ETF의 중개는 허용하고 현물 ETF의 발행이나 중개는 금지하고 있다.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당시 국내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발행 및 중개가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 금지라는 기존 방침과 배치된다고 봤다. 또 비트코인이 자본시장법의 ETF 기초 자산 요건을 위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비트코인 현물 ETF 등 가상자산 연계 상품의 발행 및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추세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허용될 경우 투자자는 제도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관련 금융회사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봤다. 제도권 시장에서 가상자산 연계 상품이 거래되면 가상자산의 현·선물 가격, 불공정거래 등에 대한 감시와 투자자 보호를 제공해야 하며 관련 금융기관은 자본시장법상 의무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이전보다 가상자산에 더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금융회사는 가상자산 연계 상품의 중개, 발행,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이익을 얻고 가상자산 기반 상품 개발과 운용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럼에도 가상자산 연계 상품을 도입하면 금융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이 연구위원은 밝혔다. 그에 따르면 가상자산 연계 상품 도입 시 가상자산 가격이 오를 땐 상당 자본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이동해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높인다. 또 가격이 내려갈 때는 금융시장의 유동성과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악화시킨다.
따라서 가상자산 연계 상품 도입 시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손해에 관한 연구가 충분히 필요하며, 현시점에선 도입을 통해 얻는 득보다는 실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이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그는 "가상자산의 가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성이 큰 현재 시점에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을 제도권으로 포섭하는 것은 시장참여자에게 가상자산이 검증된 자산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앞서 언급한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가상자산 기반 ETF 관련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규제 방안이 잘 마련돼야 한다"면서 "가상자산의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는 현시점에서는 가상자산이 투자자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충분한 규제와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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