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거래소 톱2' 업비트-빗썸, 같은 날 투자대회…무슨 일?

업비트 '첫 투자대회' 열자…빗썸, '상금 3배'로 대응
빗썸, 올해 끌어올린 점유율 굳히기 작전…떨어진 투자 열기 극복 의도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톱2'인 업비트와 빗썸 간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톱2'인 업비트와 빗썸이 같은 날 나란히 투자대회를 열며 점유율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번 투자대회는 두 거래소 모두에 의미가 있다. 빗썸은 지난해를 제외하고 매년 투자대회를 개최해 왔지만, 업비트가 투자대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들어 빗썸의 점유율이 다시 증가하자 업비트도 고객 유인책을 내세우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빗썸은 이 같은 업비트의 시도에 곧바로 대응했다. 빗썸은 업비트가 투자 대회 공지를 올린 뒤 이틀 후 대회를 연다는 공지를 올렸다. 그간 빗썸 투자대회의 상금은 1억~2억 원 수준이었으나, 이번엔 30억 원 규모다. 업비트 상금의 세 배 수준을 내건 것이다. 이에 빗썸이 최근 증가한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굳히기 작전'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날 같은 방식으로 '투자 대회'…상금은 빗썸이 3배

2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와 빗썸은 다음 달 3일부터 16일까지 같은 기간에 투자대회를 개최한다.

기간뿐 아니라 방식도 비슷하다. 두 거래소 모두 대회 시작 시점의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고래 리그(자산 1000만 원 이상)'와 '새우 리그(1000만 원 미만)'로 리그를 나눠 각각 상금을 지급한다.

리그를 분류하는 방식은 빗썸이 먼저 도입한 방식이다. 5회 투자대회 당시 빗썸은 고래 리그, 고등어 리그, 새우 리그 등 세 가지로 리그를 분류한 바 있다. 6회 때는 고래 리그와 코린이 리그로 분류했다.

이후 이번 투자대회에서 업비트가 '고래 리그'와 '새우 리그' 두 가지로 리그를 먼저 분류하자 빗썸도 같은 이름으로 리그를 나눴다.

상금 규모는 빗썸이 세 배가량 많다. 업비트가 처음으로 투자 대회를 열자, 빗썸이 '맞불'을 놨다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업비트 상금은 10BTC(비트코인) 규모다. 23일 시세인 9100만 원을 기준으로 하면 약 9억1000만 원 규모다. 상금은 리그별 누적 수익률 각 상위 100명에게 주어지며, 최고 상금은 고래 리그 1등에게 주어지는 1BTC다.

업비트는 대회 기간 처음으로 원화를 입금한 선착순 3만 명에게 1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급한다. 또 리그 참가자 중 1000명을 무작위로 추첨해 총 0.5BTC를 지급하는 이벤트도 연다. 이를 모두 합하면 업비트가 투자 대회에 책정한 예산은 약 10억 원이다.

반면 빗썸은 30억 원 규모 상금을 내걸었다. 이에 더해 빗썸코리아 주식과 손실 지원금까지 추가했다. 상금은 업비트와 같이 리그별 상위 100명씩 총 200명에게 지급한다. 고래 리그 1등은 1.5BTC와 빗썸코리아 주식 100주를 받으며, 새우 리그 1등은 0.6BTC와 빗썸코리아 주식 10주를 받게 된다.

눈에 띄는 것은 손실 지원금이다. 빗썸은 가장 낮은 등급인 화이트 등급 회원을 대상으로 대회 기간 중 발생한 손실에 대해, 투자 손실 지원금 최대 20만 원을 이더리움(ETH)으로 선착순 1만 명에게 지급한다.

◇점유율 경쟁 격화…사그라든 '코인 열풍' 극복 의도도

이처럼 두 거래소가 같은 시기에 비슷한 방식으로 투자 대회를 여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점유율 경쟁이 격화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업비트가 첫 투자 대회 공지를 올린 지 이틀 만에 빗썸이 더 큰 상금으로 공지를 올린 만큼, 빗썸이 그간 끌어올린 점유율을 굳히려 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업비트는 점유율이 80%가 넘는 독보적인 국내 1위였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빗썸이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수수료 무료로 점유율을 올린 빗썸은 무료 정책을 끝낸 이후엔 '공격적 상장'으로 점유율을 유지했다. 현재 24시간 거래량을 기준으로 한 업비트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63.7%, 빗썸은 33%다.

또 올해 2분기부터 가상자산 시장 투자 열기가 식은 만큼, 두 거래소 모두 투자 열기를 고취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최고점을 경신할 당시엔 국내 투자 열기가 뜨거웠으나,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9000만 원대에서 횡보하고 주요 알트코인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국내 거래소의 거래량이 급감했다.

지난 3월 말부터 현재까지 업비트의 24시간 거래량 변화 추이. 3월에 비해 현재 거래량이 급감했음을 알 수 있다. 코인게코 갈무리.

지난 3월 27일 업비트의 24시간 거래량은 약 10조 928억 원을 기록했으나 23일 현재 업비트의 24시간 거래량은 약 7617억 원이다. 1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같은 날인 3월 27일 빗썸의 24시간 거래량은 약 1조 3500억 원이었으나, 현재는 약 2736억 원이다. 업비트만큼은 아니지만, 빗썸의 거래량도 5분의 1 수준이 됐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가 그동안 한 번도 열지 않았던 투자 대회를 연 점이나 1, 2위 거래소가 같은 날 투자 대회를 열면서 상금 경쟁을 벌인 것도 흥미롭다"며 "최근 시장 열기가 식으면서 고객 유인책을 늘리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