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외길인생' 은행의 대변신…여권부터, 여행예약까지 '다' 된다
신분증·탑승권 대신 '은행앱' 내미는 시대…슈퍼앱으로 '성큼'
카뱅은 '통신비 아끼기' 서비스까지…슈퍼앱 왕좌 쟁탈전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신분증, 여권, 탑승권.
비행기를 타려면 꼭 필요하지만, 비행기를 타기까지 가장 불편한 존재들이다. 앞으로는 '은행앱'만 있으면 이 모든 것들을 손에 쥐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여행 예약까지도 은행앱으로 가능해진다.
'슈퍼앱'(Super App)을 향한 은행권의 질주가 매섭다. 슈퍼앱은 한 앱이 한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금융·여행·쇼핑·검색 같은 생활 서비스를 모두 담는다. 금융 외길 인생으로 살아온 은행의 대변신이다.
◇ '여행 필수품' 된 은행앱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연내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의 모바일 신분증 개방 기업으로 선정된 영향이다. 쉽게 말해, 신분증 대신 휴대폰을 켜고 'KB스타뱅킹''NH올원뱅크' 화면을 보여주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사실 은행앱을 애용하는 사람이라면 모바일 신분증은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이미 국민은행은 지난 3월부터 '스마트 항공권'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KB스타뱅킹을 통해 받아 둔 'QR코드'를 제시하면 국내선 항공기 탑승이 가능하다. 무거운 캐리어와 함께 신분증과 탑승권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심지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모바일 앱을 통해 여권, 탑승권 등을 꺼내지 않고 공항 출국장 등을 지날 수 있는 '스마트 패스' 서비스까지 준비하고 있다. 송금·이체할 때만 접속하던 은행앱은 '여행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 은행앱 진화엔 한계가 없다
은행이 슈퍼앱 개발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바로 '이용자' 때문이다.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대중화된 이후엔 '앱이 곧 은행'인 시대가 됐다. 영업점 방문자 수보다, 모바일앱 접속자 수가 은행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금융을 넘어 '비금융'으로의 확장이 필수다.
농협은행은 모바일 앱에 '여행 서비스'까지 탑재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지난 17일 한국농어촌공사와 농촌여행 플랫폼 기업과 함께 농촌여행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마치 여행플랫폼처럼 여행 정보 확인부터 예약, 결제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서비스가 목표다.
비금융 서비스엔 한계가 없다. 우리은행은 모바일앱 '우리WON뱅킹'을 통해 분실물 신고·접수부터 병역 검사 신청, 예비군 훈련 일정 조회 서비스까지 출시한다.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만 가능한 생활 서비스를 은행앱에서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 아직은 인뱅이 한 수 위지만
물론 시중은행의 모바일앱이 진정한 슈퍼앱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 앱 개발력 측면에서는 인터넷은행이 한 수 위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토스·카카오뱅크는 금융앱 이용자 만족도에서 1·2위를 차지했고, 대형 시중은행은 이를 뒤따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7일 '통신비 아끼기' 서비스를 출시했다. 카카오뱅크 앱에서 총 35개 통신사의 1600여 개의 알뜰폰 요금제를 비교하고 현재 사용 중인 요금제보다 더 저렴한 상품을 제시한다. 최근 큰 은행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출 갈아타기'와 유사한 일명 '요금제 갈아타기'다.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시중은행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 상품을 내놓는 인터넷은행 간의 슈퍼앱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중은행은 인뱅에 안 된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이제는 다르다"며 "시중은행이 IT 핵심 인력을 공격적으로 채용하면서 앱 개발력도 차이가 좁혀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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