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메기"…인뱅 3사, 편의성 높였지만 금리 완화는 '물음표'
은행 독과점 파괴 '특명' 받았지만…"시장에 큰 영향 없어"
금융연구원 "지방·저축은행 대형화로 새로운 경쟁 촉진해야"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이 시장에 등장한 후 7년간 고객 만족도는 높아졌으나, 실질적인 금리 경감 효과는 미흡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은행산업의 경쟁을 촉진한 것도 인뱅이 아닌 기준금리 인상 또는 정부 정책 등 외부 요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인뱅 인가 정책만으로는 기대하는 만큼 은행권 경쟁 촉진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지방은행과 일부 저축은행의 대형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토스·카카오앱 만족도 1·2위…편의성 '합격점'
한국금융연구원은 1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를 개최했다. 시장에 등장한 후 7년간 인뱅이 은행 독과점을 흔들 '메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평가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혁신을 위해 인뱅 도입을 결정한 후 2017년부터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이른바 '인뱅3사'가 등장했다. 이어 지난해 7월 "은행산업을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현재 제4 인뱅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발표자로 나선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소비자 편의성' 측면에서는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토스·카카오뱅크는 '금융앱 이용자 만족도'에서 1·2위를 차지했고, 대형 시중은행이 이를 뒤따르는 상황이었다.
이 연구위원은 "물론 시중은행도 디지털 전환에 투자했겠지만, 소비자들은 인뱅의 진입이 은행 모바일앱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 "예금 금리 낮고, 대출 금리 높다"
문제는 '금리 경감' 효과가 미미했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인뱅 영업 초기(2017~2019년)에는 시중은행 대비 평균 예금 금리가 높았으나 그 이후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실제 2023년 기준 인뱅의 예금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낮고, 대출 금리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산업 경쟁'에도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시장 집중도를 판단하는 허핀달-허쉬만 지수(HHI)는 예금·대출 시장 모두 1200대 선에서 횡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의 HHI 지수는 1000~1000대에서 1300대까지 증가했다.
2022년 이후 은행산업 경쟁이 강화된 부분에 대해서도 이 연구위원은 "인뱅 도입보다는 기준금리 인상 및 다양한 은행권 경쟁 촉진 정책의 영향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지방은행·저축은행 대형화로 시장 경쟁 촉진"
이 연구위원은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뱅 인가 정책만으로는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은행권 경쟁 촉진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비대면 시대를 맞이해 기존 지방은행, 저축은행 대형화를 유도하거나 디지털화를 촉진해 경쟁을 제고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산업에 경쟁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 연구위원은 "경쟁을 지나치게 높일 경우 금융사가 망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금융안정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ukgeu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