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직원이 고객 펀드서 2억원 횡령"…금감원 '고강도 검사' 착수

"농협중앙회 출신이 은행 총괄…내부통제 체계 취약"
"농협금융·은행의 경영 전반 및 지배구조 '종합 진단' 필요"

(NH농협은행 제공)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은행에 대한 검사에 착수한 금융감독원이 "내부통제 취약점이 연이어 발견되고 있다"며 "경영 전반 및 지배구조 취약점을 종합적으로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검사 배경을 밝혔다.

금감원은 24일 "최근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 결과, 은행 직원이 부동산 브로커들과 공모해 불법 행위에 직접 가담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달 7일 농협은행 영업점 직원의 업무상 배임 등으로 109억 4733만 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해 수시검사에 나섰다. 해당 직원의 범행은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약 4년 8개월 동안 이어졌다.

또 금감원은 한 농협은행 직원이 금융업무가 미숙한 귀화 외국인의 동의 없이 펀드 2억 원을 무단 해지해 횡령한 사건도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직원은 과거 금융사고를 내 내부감사에서 적발된 이력이 있으나 적절히 관리되지 않아 추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은 내부통제 측면에서 취약점이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농협중앙회 출신 직원이 시군지부장으로서 관할 은행지점 내부통제를 총괄함에 따라 내부통제 체계가 취약할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추가적인 금융사고로 인한 은행 손실 및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은행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대형은행에 대해 매 2년마다 정기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정기검사를 통해 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은행의 경영 전반 및 지배구조 취약점을 종합 진단하여 개선토록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금감원은 이번 정기검사에선 농협금융의 대주주인 농협중앙회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등 지배구조 관련 사항에 대해서도 살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농협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2012년 농협 신경 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이후 농협금융을 중앙회 산하 조직에서 독립시켰으나,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이 '중앙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정기검사는 오는 5월 중순부터 실시할 예정으로 금감원은 지난 22일부터 본 검사에 앞선 사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