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까지 연체금 다 갚고 카드 받을래요"…최대 '329만명' 신용사면

청년층·도소매업자 신용점수↑…총 15만명 카드 발급 가능
'모럴 해저드' 비판에 금융위원장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방향"

신용회복 지원 대상에 포함된 20대 청년 A씨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서민·소상공인 대상 신속 신용회복 지원 시행' 행사에서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2024.3.12/뉴스1 ⓒ News1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 20대 청년 A씨는 2년 전 한 은행에서 600만원을 대출받았다. 그는 코로나19로 정상적인 경제생활이 어려워지면서 돈을 빌리고 갚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직장 문제로 대출금 연체가 시작되면서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 집으로 대출금 상환 독촉 우편이 날라왔고, 급기야 사용 중인 카드까지 정지됐다.

A씨는 "최근 연체 기록을 삭제해 준다는 소식을 듣고 희망을 얻었다"며 "5월까지 남은 대출금을 모두 갚아 다시 카드를 발급받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12일 서민·소상공인들의 대출 연체기록을 삭제하는 '신속 신용회복 지원조치'(신용사면)가 본격 시행됐다. 개인 최대 298만명, 개인사업자 최대 31만명이 신용사면 대상이다.

◇ 2000만원 이하 연체금 전액 상환 시 '신용 회복'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금융권과 함께 '신용사면 시스템'을 구축했다. 코로나19 속에서 불가피하게 대출을 연체했다가 모두 갚았으나, 연체 기록이 남아 어려움을 겪는 서민·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서다.

지원 대상은 2021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2000만원 이하의 연체가 발생했다가 모두 상환한 사람이다. 대출 상환을 독려하기 위해 오는 5월31일까지 전액 상환한 경우도 신용사면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미 개인 264만명(전체의 88%), 개인사업자 17만여명(56%)은 연체 금액을 모두 상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체금액 전액 상환자는 이날부터 별도 신청 없이도 즉시 신용회복이 이뤄진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재기의 의지를 보여주신 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새출발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서민과 소상공인들의 소액 연체 이력을 삭제해주는 신용회복 조치를 시행한 12일 서울 도심 거리에 대출 관련 광고물이 붙어있다. 이번 신용회복은 지난 2021년 9월1일부터 올해 1월31일까지 2000만원 이하 연체자 중 올해 5월31일까지 연체금액을 전액 상환하는 차주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2024.3.12/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 청년층·도소매업자 신용점수↑…총 15만명 카드 발급 가능

이번 신용사면 조치로 2030세대의 신용점수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사가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개인 264만명의 신용점수는 평균 37점(659점→696점)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는 평균 47점, 30대는 39점의 신용점수 상승효과를 받는다.

신용점수 상승으로 총 15만명이 카드발급 기준(645점)을 충족하게 된다. 또 26만여명은 은행권 신규 대출 신용점수(863점)를 넘게 돼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 사업자들이 받는 혜택도 크다. 한국평가데이터에 따르면 신용사면을 받는 사업자들의 업종은 도소매업이 29.9% 가장 많았고, 숙박·음식점업이 25.5%, 기타산업 16.5%로 뒤를 이었다.

총 7만9000여명의 개입사업자가 1금융권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되고, 17만2000여명이 금리인하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 '모럴 해저드' 비판에 금융위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방향"

물론 신용사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대출금을 갚지 않고 사면만 기다리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대출금을 제때 갚은 사람과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용회복지원 행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가 끝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지면서 대출 상환 기회가 제약됐다"고 짚었다.

이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대출금을 다 갚은 사람들은 빨리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개인 사업자 대상의 신용사면에 대해서도 "코로나19로 인해 폐업을 결정한 후 재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면을 봐달라"고 덧붙였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