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 이어 ELS까지 '박살'…"내 돈은 누가 불려주나요"[ELS, 그 후]①

2008년 공모펀드 이어 2023년 ELS '대규모 손실'
전국민 재테크 열풍 뒤 '불완전판매' 이슈 되풀이…"재테크 암흑기"

편집자주 ...홍콩증시의 끝 모를 추락으로 촉발된 ELS 사태로 온 나라가 시름하고 있다. 막대한 손실에 소비자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막대한 배상 책임을 떠안게 된 은행도 죽을 맛이다. 지난 20년간 재테크 상품이 대중화되면 결국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졌고 그때마다 간접투자상품 시장이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공모펀드 시대가 그렇게 저물었고 이번에는 ELS마저 사라질 위기다. 은행들의 ELS 판매 중단이 능사일까. 은행의 '재테크 도우미' 역할은 어떻게 재정립돼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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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피 같은 내 돈,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요?"

'재테크'는 전 국민의 최대 관심사다. 과거 주식 열풍이 불긴했지만 '투자상품'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투자하면 부동산, 주식, 예금 등 직접투자밖에 몰랐던 당시에 간접투자 방식의 금융상품은 미지의 세계였다. 동네 곳곳에 들어서 있는 은행에서 재테크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대중화됐다. 은행은 '믿을 만한 곳'이라 일반 국민들의 거부반응도 덜했다. 그렇게 2000년대 중반 공모펀드 붐이 일었고 2010년대는 주가연계증권(ELS)이 인기를 끌었다.

불행하게도 '전국민 재테크 열풍'이 분 뒤에는 금융 사이클상 '폭락 사태'가 이어졌다. 그때마다 '불완전판매' 이슈가 제기됐고 보통 사람들의 '재산 형성'을 위한 간접투자상품은 점차 설자리를 잃었다.

◇ 2000년대 '재테크 필수템' 적립식 펀드…결국은 "트라우마만 남았다"

2000년대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의 가장 대표 재테크 상품은 펀드였다. 가장 오래된 간접투자상품이다.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초로 1000을 돌파했던 1989년에 펀드시장도 활황을 맞았다. 1985년 말 113만 명 수준이던 펀드 가입자가 1988년에는 300만 명을 넘어설 정도였다.

1999년에는 현대증권(현 KB증권)의 유명한 '바이 코리아 펀드' 열풍이 있었다. 바이 코리아 펀드는 54일 만에 5조 원을 끌어모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그러나 펀드 열풍이 가장 대단했을 때는 2000년대 중반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부동산 외에 다른 투자처를 고민하던 돈들이 펀드로 몰려들었다.

당시 적립식 투자는 '재테크 필수품'으로 불릴 정도였다. 너나 할 것 없이 매달 월급에서 일부를 적립식 주식형펀드에 투자했다. 2005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부동산 불패 신화'를 깨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었다.

2007년은 그야말로 '펀드 붐'이 일었다. '저축의 시대'는 지고 '투자의 시대'가 오는 듯했다. 그러나 2008년 예상치 못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펀드도 대규모 손실이 났고, 급격히 위축됐다.

당시 중국에 집중 투자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 펀드는 2008년 수익률이 마이너스 50%에 달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2012년 1월 투자자들에게 사과하는 내용으로 일간지 광고를 냈다. 인사이트 펀드가 원금을 회복한 건 7년이 지나서였다.

투자자들은 수년 동안 환매도 못 하고, 원금 회복까지 참고 견디면서 '펀드 트라우마'가 생겼다. 다시는 펀드를 쳐다보지 않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렇게 펀드의 시대가 저물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펀드 이어 ELS까지 '직격탄'…이제 '재테크' 어쩌나

미국 금융위기가 회복되면서 투자자들은 펀드 대신 다른 재테크 수단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때 증권사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선보인 상품이 ELS다.

삼성전자, 포스코 등과 같은 개별 주식부터 코스피200, 닛케이225 등 주가지수에 연동돼 수익을 얻는 상품이다. 만기 동안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 일정 확정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원금손실 우려가 있고, 실제 2011년 설정된 상품 중 상당수가 손실을 냈지만 초기 투자자들이 조기 상환받는 등 돈을 벌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증권에 이어 은행까지 판매에 나서면서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불릴 정도였다. 애초에 손실 위험이 있는 상품이었지만 돈 버는 사람들이 늘면서 '부자들의 예금'이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로 대중화됐다. 지난 2019년 ELS 연간 발행 금액은 99조 9011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ELS 역시 '폭락의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홍콩주가지수가 끝모를 추락을 거듭하면서다. 2023년 11월 홍콩주가지수를 기초로 설계된 ELS가 주가 하락에 투자원금이 청산되면서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금융감독원까지 조사에 나서면서 ELS 시장은 빠르게 위축됐다. 지난달 ELS 발행 금액은 원화 기준 935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2020억 원)보다 58% 급감했다. 한 달 ELS 발행액이 1조 원을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전국민 재테크 도우미'에서 '공공의 적'으로 내몰린 은행들도 'ELS 포비아'에 빠졌다. 책임을 묻는 당국의 칼날에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은 ELS 판매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문제는 펀드에 이어 ELS까지 간접투자시장이 무너지면서 국민들의 재테크는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자금도 쌓이고 있다. 5대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인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기준 614조 2656억 원에 달한다. 전 달과 비교해 23조 5536억원(3.99%) 불어났다. 수시입출금식예금이라고도 불리는 요구불예금은 일반 예금에 비해 금리는 낮지만, 언제든지 입출금이 가능해 '투자대기성 자금'으로도 분류된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