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태영건설, 개선계획 도출까지 험로…실사과정 변수는

대규모 우발채무 발견·자구안 미이행시 워크아웃 중단
사업장 60곳·채권단 600여곳…변수 여전히 커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2024.1.1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공준호 기자 = 태영건설에 대한 워크아웃이 개시되면서 채권단은 본격적으로 태영건설의 기업재구조개선 작업에 착수하게 됐다. 태영건설은 채권단 막판 설득에 성공하며 재시행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1호 기업이 됐지만 우발채무 등 변수가 많아 정상화 과정까지는 아직 난관이 많이 남아있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11일 열린 제1차 금융채권단협의회에서 채권단이 75% 이상이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워크아웃 개시가 확정됐다.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날부터 태영건설에 대한 금융 채권의 행사가 최대 4개월간 유예된다. 다만 만기연장을 제외한 채권단의 추가 자금지원을 없어 자체적으로 유동성을 해결해야 한다. 태영건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사업장별 진행 단계와 사업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PF대주단과 신속하고 긴밀하게 처리방안을 수립하고, 공공·환경 등 경쟁력이 있는 사업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오는 4월11일 열리는 제2차 채권단협의회 이전까지 3개월간 외부법인을 선임해 태영건설에 대한 자산부채 실사작업을 진행하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를 기반으로 기업개선계획을 작성할 예정이다. 이후 개선계획이 결의되면 늦어도 6월까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확정하게 된다.

실사과정에서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대규모 우발채무가 발견되면 워크아웃 절차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티와이홀딩스에 따르면 현재 태영건설은 9조5044억원의 보증채무를 안고 있다. 이 가운데 유위험 보증채무(우발채무)는 2조5259억원으로, 브리지 보증이 1조2193억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분양률 75% 미만 보증이 1조3066억원 규모다.

전체 보증채무 가운데 △책임준공 확약(3조5570억원) △수분양자 중도금 보증(1조3142억원) △본PF 분양률 75% 이상 보증(1조769억원) △SOC사업보증(1조304억원) 등은 6조9785억원의 보증채무는 무위험보증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무위험보증으로 분류된 보증채무도 실사 결과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태영건설에 대한 티와이홀딩스의 보증채무 400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2700억원을 차지하는 경남 김해 소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정상화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업장은 태영그룹 측이 우발채무로 보는 분양기준(분양률 75%)을 겨우 넘긴 상황이다.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필요한 때" 추가자금을 투입하겠다던 약속을 포함해 기존에 제시한 자구계획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도 워크아웃을 중단한다는 입장이다.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1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매각대금의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 등 4가지 자구계획과 함께 티와이홀딩스 지분과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추가자구안을 내놓은 바 있다.

사업장과 채권단이 많아 이해관계가 복잡한 점도 실사에서 어려운 요인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태영건설이 금융권 대출이나 채무보증 등 익스포저(위험노출)를 보유한 PF 사업장은 총 60개다. 그중 개발초기 단계로 리스크가 높은 브리지론 사업장이 18개이고, 42개는 본PF단계 사업장이다.

채권단은 각 사업장에 대해 사업성 여부를 판단해 채무상환 유예, 신규자금 등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업장에 돈을 빌려준 채권단이 600여개에 이르는 등 이해관계가 복잡해 합의를 이끄는 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사례에 비춰봤을때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완전히 졸업하기 까지는 수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건설사 가운데 현대건설은 2001년부터 5년만에, 신동아건설은 2010년부터 9년만에 각각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ze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