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출연 배짱부리던 태영…"다 내놓겠다" 입장 바꾼 이유는

대통령실·총리까지 전방위 압박…악화된 국민정서도 부담
태영건설 연대보증으로 그룹 전체 타격 우려 '결정적'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에서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태영그룹이 대주주의 티와이홀딩스와 SBS 지분을 채권단에 담보로 내놓으면서 무산 위기로 치닫던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협상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간 사재출연에 난색을 보이던 태영이 총수 일가의 핵심 재산을 내놓기로 선회한 것은 정부의 강력한 압박과 악화된 여론을 고려한 대응으로 보인다. 특히 태영건설 연대보증으로 인해 워크아웃 무산 시 그룹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는 위기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태영그룹은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채권단 협의회(11일)를 이틀 앞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어 기존 4가지 자구 계획안 외에도 필요할 경우 티와이홀딩스(363280)와 SBS(034120) 지분도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오너가의 지주사 담보 제공은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요구한 추가 자구안의 핵심이었던 만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협상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태영의 추가 자구안에 대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첫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앞서 태영은 지난 3일 채권단에 처음 제출한 태영건설 자구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추가 자구안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자세를 보여 워크아웃이 무산 위기에 몰렸었다.

태영그룹이 6일만에 입장을 바꿔 그룹 경영권이 달린 사재 출연을 결정한 것은, 정부의 강력한 압박과 악화하는 국민 정서, 그룹의 연대보증 리스크 등을 고려한 대응으로 분석된다.

9일 태영그룹이 채권단 측에 제시한 4가지 자구계획안으로도 유동성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고 자체 판단했다고 밝혔다. 부족할 경우 오너 일가가 가진 티와이홀딩스(363280), 에스비에스(034120) 주식을 필요한 만큼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협상에 대해 채권단과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대통령실, 총리실까지 나서서 '자기 뼈를 깎는 자구안을 제시하라'고 전방위적인 공세를 이어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태영건설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의향이 없다"는 방침을 명확히 밝혔다.

워크아웃 대신 기업회생으로 갈 경우 모든 채권이 조정대상이 되기 때문에 협력사(1075곳)와 수분양자가 피해를 입고, 건설업계 전반에 파장이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태영의 입장 변화에 영향을 줬다. SBS를 보유하고 있는 태영 입장에서도 부실한 태영건설만 '꼬리 자르기'를 하고 방송사를 살릴 경우 도덕적인 비판과 후폭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금융권에선 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연대보증에 대한 부담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태영건설 연대보증 규모는 30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영건설이 법정관리로 가면 채권자들이 티와이홀딩스에 연대보증 책임을 물어 채권 청구를 할 경우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 때문에 태영그룹은 채권단과 금융당국에 티와이홀딩스와 SBS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면서 연대보증 채무 유예를 요청했으며, 당국과 채권단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채권자협의회는 오는 11일 개최된다. 워크아웃을 개시하려면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워크아웃 개시가 가결되면 채권자협의회는 태영건설에 대한 실사를 개시하고 정상화에 대한 가능성 분석 및 추진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후 4월11일 2차 협의회에서 정상화 계획을 확정하게 된다.

jhk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