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조원 몰렸다…코인업계 트렌드 된 '레이어2' 체인[박현영의 코인사이트]
레이어2 블록체인 TVL, 17조5000억원 돌파…올해 꾸준히 성장
대기업·레이어1 프로젝트들도 레이어2 개발…UX 개선은 과제
- 박현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지난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유럽 최대 규모 블록체인 콘퍼런스 '니어콘(Nearcon) 2023'이 열렸습니다. 나흘 간 열린 행사에서 눈에 띄었던 점은 '레이어2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성장이었는데요.
니어콘 2023에는 레이어2 전용 스테이지가 마련됐고, 레이어2 관련 발표 세션들도 해당 라운지에서 열렸습니다. 올해 들어 레이어2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트렌드로 자리잡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이에 더해 레이어1과 레이어2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점도 알 수 있었습니다. 레이어1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직접 레이어2 솔루션을 개발하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니어콘에서 나온 가장 큰 발표도 주최사 니어프로토콜과 이더리움 레이어2 프로젝트인 폴리곤의 협업 소식이었습니다. 레이어1 블록체인인 니어프로토콜이 폴리곤과 손을 잡고 레이어2 시장에 뛰어든 것이죠.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시장을 이끌 다음 트렌드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요. 이번 <코인사이트>에서는 올해 들어 확실한 트렌드로 자리잡은 레이어2 블록체인에 대해 짚어보고, 앞으로의 전망도 다뤄보겠습니다.
◇'롤업' 타고 부상한 '레이어2'
우선 레이어2 블록체인이란 이더리움 같은 '레이어1 블록체인'의 부족한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확장성 솔루션입니다.
이더리움 블록체인 자체도 계속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지만, 느린 거래 처리 속도나 비싼 거래 수수료는 여전한 이더리움의 문제점으로 꼽힙니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거래가 급격히 늘어나게 되면 거래 속도는 느려지고, 수수료는 급증하게 되죠. 이로 인해 확장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레이어2 블록체인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레이어1' 이더리움에 연결되는 '레이어2' 체인에서 거래를 처리한 뒤 중요 거래 기록만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올리는 방식입니다. 이 때 거래 기록을 올리는 방식에 따라 '플라즈마', '롤업' 등 사용하는 기술이 다릅니다. 예전에는 플라즈마를 많이 활용했으나 최근에는 롤업을 많이 활용하는 추세입니다.
◇17조원 몰린 레이어2…영지식증명·대기업 진출 등이 성장세 견인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L2비트(L2Beat)에 따르면 이더리움 레이어2 블록체인에 묶인 자금 규모(TVL)가 17일 기준 135억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무려 17조 5000억원이 넘는 금액인데요.
무엇이 이 같은 성장세를 견인했을까요? 크게 보면 △영지식증명 등 관련 기술의 상용화 △코인베이스 등 대기업의 시장 진출 △레이어1 블록체인들의 레이어2 개발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우선 레이어2 블록체인에 쓰이는 기술인 '롤업'은 모든 거래 처리 결과를 묶어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올리는 방식을 말합니다. 롤업 종류 중 하나인 'zk롤업'에는 영지식증명 기술이 쓰이는데요. 영지식증명이란 거래 상대방에게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은 채, 자신이 해당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을 말합니다. 영지식증명 기술을 통해 이미 진위를 확인한 뒤 그 기록을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보내기 때문에 사용하는 데이터의 양이 훨씬 적습니다.
이 영지식증명 기술은 2~3년 전만 해도 상용화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기술이 상용화되기 시작하면서 영지식증명이 쓰인 롤업, 'zk롤업'을 활용한 다양한 레이어2 블록체인들이 등장했습니다. 폴리곤의 'zkEVM', 스타크넷(Starknet) 등이 대표적입니다. zk롤업을 활용한 레이어2 블록체인들이 거래를 처리하기 시작했고, 그만큼 이들 레이어2를 활용하는 서비스들도 늘었습니다.
코인베이스 같은 대기업의 시장 진출도 레이어2 블록체인들의 성장세를 이끌었는데요. 코인베이스는 올해 8월 레이어2 블록체인 '베이스'를 선보였습니다. zk롤업이 아닌 '옵티미스틱 롤업'을 활용했지만,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개발한 블록체인인 만큼 일찍부터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코인베이스의 모든 서비스와 연동되기 때문에 코인베이스 이용자 풀을 가져가기에 용이했죠.
또 레이어2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디앱(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보니, 레이어1 블록체인 프로젝트들도 레이어2 개발에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레이어1과 레이어2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면서 레이어2의 활용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죠.
그간 폴카닷, 솔라나, 니어프로토콜 등 다양한 레이어1 블록체인들이 나왔지만 여전히 수많은 디앱들이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레이어1도 이더리움과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이용자를 어느 정도 끌어오기 위함이죠. 이를 위해선 이더리움의 레이어2 블록체인을 직접 개발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일례로 니어프로토콜도 이번 니어콘에서 폴리곤과 함께 웹어셈블리(WASM) 블록체인용 영지식증명 솔루션 'zkWASM'을 개발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일본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아스타네트워크도 폴리곤과 손잡고 이더리움 레이어2 시장으로 진출했습니다.
◇부족한 UX가 난제…'사용성 개선' 레이어2 나올까
이처럼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음에도 레이어2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풀어야 할 난제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우선 사용성 면에서 어려움이 있습니다. zk롤업을 활용한 레이어2 프로젝트들이 많이 등장하는 추세이지만, 레이어2 블록체인 중 가장 많은 자금이 묶여 있는 플랫폼은 아비트럼, 옵티미즘의 OP메인넷, 그리고 코인베이스의 베이스인데요. 이들 세 개 프로젝트는 모두 '옵티미스틱 롤업'을 활용합니다.
옵티미스틱 롤업은 '낙관적인(Optimistic)'을 뜻하는 이름처럼 모든 거래가 사실이라고 가정한 뒤, 진위 확인을 위한 거래 기록을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전송합니다. 이 때 의심 가는 거래가 있을 경우 검증자가 거래를 모두 재실행하며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 거래와 레이어2 체인의 거래의 값을 하나 하나 대조합니다. 이 같은 과정을 '사기 증명(Fraud Proof)'이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이 사기 증명에 시간이 소요돼, 사용자가 출금할 시에도 7일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출금에 7일이나 걸리는 이상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이용자가 아닌 '대중'을 사로잡기에는 어렵겠죠.
zk롤업을 활용한 레이어2 블록체인들은 대기 없이 즉시 자금을 출금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하지만 아직 영지식증명 기술 자체가 초기 단계라 기술적 결함이 많습니다.
엘레나 시넬니코바(Elena Sinelnikova) 메티스DAO 코디네이터는 코인텔레그래프에 "zk롤업을 활용한 레이어2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출금은 즉시 처리하지만, 다른 레이어2보다 기술적 문제가 더 자주 일어난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나오는 레이어2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사용자경험(UX)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할 전망입니다.
지난 14일 글로벌 대형 거래소인 오케이엑스가 레이어2 블록체인 개발을 선언했는데요. 가상자산 업계 대기업들이 레이어2 시장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사용성을 개선한 레이어2 블록체인이 나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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