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판매 펀드도 5000만원까지 보호될까…예보, 보호대상 확대 검토

'금융계약자 보호제도' 개선 검토…투자 자산 등 비예금 보호 방안 살펴
해외지점 예금 미보호 등 공백도…유재훈 사장 "미래지향적 예보기금 구축"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본사. 2019.5.2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신병남 기자 = 예금보험공사가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파산으로 돌려받기 어려워진 펀드 등도 예보 제도 틀에서 보호될 수 있는지 검토에 들어갔다. 예금만큼이나 투자성 자산으로도 개인 자산이 쏠리고 있어 예금자 보호를 넘어서는 확장된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유재훈 예보 사장의 판단에 따른 조치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최근 '금융계약자 보호제도 개선 검토'를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금융계약자는 단순 예금이 아닌 모든 금융거래 계약을 체결한 거래 상대방을 보호한다는 개념으로, 기존에 사용하는 금융소비자라는 단어에서 확대된 내용이다.

현행 예보 제도는 자본시장 성장에 따른 비예금 상품의 증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등으로 인한 대규모 피해 사태 지속 등 금융환경의 변화에도 전통적인 예금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예보의 판단이다.

전반적인 금융계약자 보호가 미흡한 점이 있다고 보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선 방안이 도출될 수 있는지 살필 계획이다.

검토 내용은 △유가증권 손실 등 보호 방안 △파산금융회사 불완전판매 손해 등 보호 방안 △파산을 전제하지 않는 한국형 금융계약자 보호 제도 △해외 금융계약자 보호 제도 조사·분석 △신종 금융상품 등 보호 필요성 및 보호 방안 △예금보험료 부과기준 개선 등이다.

그중 유가증권 손실의 경우 해외 투자자보호기금과 기존 예보제도(투자자보호기금)를 비교하고 유가증권의 보호, 운영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예컨대 현재 예보 제도로 보호되고 있는 예탁금 외에도 예탁 주식 등도 보호될 수 있는지다.

실제 영국의 예금보험기관인 FSCS의 경우 판매운용사의 횡령, 배임, 부당한 투자권유, 설명의무 미준수 등 불건전영업행위가 발생했을 때 금융투자 상품이라도 손실을 보상한다. 대상 상품은 주식, 펀드, 신탁, 선물, 옵션, 개인연금 등이다.

파생결합펀드(DLF) 등 운영사가 파산해 사실상 투자자에게 배상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예보가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본다는 계획이다.

또한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의 폐쇄 조치 이후 미국 예금보험기구(FDIC)는 SVB의 해외지점 예금을 보호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보호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러한 점에 대한 대응 방안도 찾겠다는 방침이다.

예보 관계자는 "보호되는 유가증권은 주식, 채권 등 어느 범위까지 정해놓은 게 아니며 해외사례를 살펴 긴 호흡의 적용 가능성을 살펴보려 한다"며 "만약에 증권사들이 파산하거나 지급할 수 없는 또는 거래기록이 사라지는 경우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상황을 가정해 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보의 이번 연구 용역의 배경에는 유재훈 예보 사장의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예보는 오는 2026년 저축은행 특별계정 종료, 2027년 상환기금 종료 등을 앞두고 있어 이후에는 역할이 지금과는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유 사장은 지난 14일 예금보험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예금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인 예금보험기금 체계 구축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예보는 예보제도 고유의 기능 고도화, 금융상품 보호범위 확대, 금융소비자 보호 및 예방제도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연금저축과 사고보험금,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도 일반 예금과 별도로 5000만원까지 보호하게 된 것도 일부 이러한 배경이 작용했다.

다만 예보의 역할 변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시장의 판단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민사 소송 등 금융소비자를 보호할 방안이 마련돼 있어 제도가 중복되는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해 투자 자금이 예보의 보호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면 예보료와 같이 비용 부담을 지게 된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fellsi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