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이 은행인 세상…일상이 된 '내 손 안의 금융'[슈퍼앱이 온다]①

비대면 금융 확대로 '은행=앱' 인식 확산하면서 '슈퍼앱' 부각
은행들, 성장지표 'MAU' 늘리기 안간힘…'뱅킹앱 전쟁' 가열

편집자주 ...스마트폰 '앱'이 은행이고, 증권사인 시대다. 모바일로 손끝만 움직이면 송금하고 대출받고,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다. 금융 업무의 상당수가 '디지털 세계'에서 뚝딱 해결된다. 은행을 가기 위해 시간을 내고, 다리품을 팔아야했던 시절에 비하면 큰 변화다. 그야말로 '내 손 안의 금융'이 현실이 된 세상이다. 손쉬운 이자장사로 은행이 연일 비판받고 있지만 전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디지털 금융'을 구현한 것은 혁신의 성과다. 디지털 K-금융의 혁신은 어디까지 왔을까.

ⓒ News1 DB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주요 은행들이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금융·비금융 업무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슈퍼앱'(Super App)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흩어져 있던 수십 개의 계열사 앱을 하나의 앱에 담는 '원앱'(One-App) 전략에 경쟁적으로 속도를 내면서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시대의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앞으로는 스마트폰에 슈퍼앱 하나만 깔면 다른 금융 계열사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 서비스뿐만 아니라 음식 배달, 쇼핑, 예매 등의 다양한 라이프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내 손안에 든든한 금융비서가 생기는 셈이다.

금융의 디지털 전환으로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슈퍼앱 개발은 은행의 미래 성패를 가를 최우선 과제가 됐다. 이제는 은행 영업점에 몇 명이 방문했는지보다 모바일 뱅킹 앱에 얼마나 접속했는지가 은행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은행하면 영업점을 떠올렸지만, 이제 고객 대부분은 금융 서비스를 디지털에서 영위하고 있다"며 "고객들은 이미 앱을 은행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빅테크·핀테크의 등장으로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비대면 금융상품의 판매가 공급자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은행들은 편리하고 간편한 고객 중심의 금융을 제공하기 위해 통합 앱 전략을 추진하게 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의 금융·비금융 앱의 올해 3분기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2601만명으로 전년 동기(1991만명)보다 30.6%(609만명) 늘었다. 신한금융의 금융·비금융 앱 MAU는 2442만명으로 전년 동기(2180만명) 대비 16%(261만명) 증가했다. 하나금융의 대표 앱인 '하나원큐' 누적 가입자 수는 3분기 기준 1511만명, '원큐페이'는 717만명으로 총 2229만명이다. 우리금융의 '우리WON뱅킹'은 가입자 수가 2053만명을 기록했다.

MAU는 1개월간 1회 이상 앱을 사용한 이용자 수를 나타내는 지표다. 금융의 디지털 전환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됨에 따라 금융회사들의 주요 성과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대출 10건 중 8건이 모바일 앱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MAU 지표 관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최고경영자(CEO)들도 수익만큼이나 MAU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시중은행 전경ⓒ News1

금융당국도 금융산업의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풀어 슈퍼앱 추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동안 금융사는 토스 등 핀테크와 달리 본업(고유업무) 외 다른 사업을 할 수 있는 부수업무 규제가 까다로워 통합앱을 내놓을 수 없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 은행의 통합앱 운영을 부수업무로 허용하고 보험·카드·증권 등 계열사 서비스를 하나의 통합앱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계열사의 비금융서비스 연결·제공도 허용하고, 금융소비자보호법상의 판단기준도 명확히 해 통합앱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도 제거했다.

슈퍼앱 선두주자 격인 KB금융그룹은 계열사 6곳의 주요 기능을 한데 묶은 'KB스타뱅킹'으로 앱을 통합하면서 종합금융 플랫폼 성격을 강화했다. 국민카드 'KB페이 간편결제', KB증권 '주식 매매', KB손해보험 '스마트 보험금 청구' 등의 서비스를 스타뱅킹에서 이용할 수 있다. 헬스케어·부동산·자동차·통신 등 비금융 사업도 뱅킹 앱에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전 계열사 직원 150여명으로 구성된 전담조직을 결성해 신한 유니버설 간편앱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출시가 목표다. 신한은행 등 계열사의 핵심 서비스를 모으고, 영역을 넓혀 비금융 서비스도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배달 서비스 '땡겨요', 자동차 금융 앱 '신한마이카', 온라인 쇼핑 앱 '신한카드 올댓' 등의 플랫폼을 갖고 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역시 슈퍼앱 구현에 몰두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하나원큐 플랫폼을 중심으로 생활금융플랫폼을 모색하고 있다.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이라는 비전 아래 시간과 공간, 미래가치를 연결하는 디지털 금융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내년 하반기 유니버설 뱅킹 앱 구축을 목표로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고객 중심의 인터페이스를 비롯해 GPT 기반의 챗봇 기술 등을 도입할 방침이다.

jhk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