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종노릇' 지적에 앞다퉈 상생방안 쏟아내…'횡재세' 논란도

금융지주들, 주말 내내 '회장 주관' 비상회의 열어 상생방안 마련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소상공인, 택시기사, 무주택자, 청년, 어르신, 주부, 장거리 통학자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시민이 참여해 묻고 답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통령실 제공) 2023.11.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문혜원 기자 = '은행 종노릇', '독과점' 등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이자 장사' 비판에 이어, 금융당국 수장들까지 연이어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이익 문제를 지적함에 따라 시중은행과 각 지주사에는 '비상'이 걸렸다.

금융지주들은 주말까지 반납한 채 지주 회장 주관하에 '릴레이 비상 회의'를 열어 앞다퉈 추가 상생지원 방안을 구체화하고 발표에 나섰다.

일각에선 은행권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내용의 '은행 횡재세' 논의가 재점화되기도 했으나, 이중과세 논란 등으로 인해 은행의 출연금이나 기부금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은행 가계대출이 3개월 연속 늘어나는 등 심상찮은 증가세를 보이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월 말 기준 679조2209억원으로, 전월보다 9755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시내에 설치된 주요 시중은행 현금인출기 모습. 2023.8.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하나·신한 1000억원 이상 추가 상생방안 발표…KB·우리·농협도 준비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자체 추가 지원 방안을 발표한 건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3일 소상공인·자영업자 30만명을 대상으로 총 1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대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는 "은행의 독과점 시스템을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지 간에 자꾸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가 그냥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지적한 지 이틀 만이다.

하나은행의 추가 지원방안은 △11만명의 개인사업자 대출 차주 대상 '이자 캐시백'(665억원) △금융취약 자영업자 대상 에너지 생활비 지원(300억원) △신규 가맹 소상공인 대상 통신비 지원(20억원) △개인사업자 대출 고객 일부 컨설팅 비용 지원(15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어 신한금융그룹도 6일 추가 지원(610억원) 및 신규 지원(440억원) 방안 등 총 105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패키지를 공개했다.

신한금융은 기존에 운용 중인 신한은행의 중소법인 상생금융 프로그램 지원 기간 1년 추가 연장 및 자영업자 확대에 610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7% 이상 대출에 대한 최대 3%포인트(p) 금리 인하 △신용보증기금 매출채권보험 이용고객 보험료 지원 △신용등급 하락 차주의 금리 상승분 최대 1%p 인하 △코로나19 이차보전대출 지원 종료 차주 대상 이자 지원 △연체이자 2%p 감면 △변동금리대출의 고정금리대출 전환 시 금리 우대 등 중소법인을 위한 862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프로그램을 지난 3월부터 운영해왔다.

이외에도 △정책 대출 상품 이용 차주 금리 2%p 완화(230억원) △대출중개 플랫폼 신규 개발 및 상생금융 바우처 제공(50억원) △신용보증재단 특별출연을 통한 저금리 특례보증 신상품 등 지원(135억원) △전세대출 및 버팀목전세대출 상품 이용 고객 대상 10만원 캐시백(25억원) 등의 신규 지원방안을 밝혔다.

KB금융과 우리금융, NH농협금융은 아직 구체적 방안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기존 상생금융 지원 방안을 검토 및 추가 지원 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에 나선 상태다.

한편 은행을 넘어 금융지주 차원에서 마련된 구체적 상생방안들은 오는 11월 셋째주 예정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2023.11.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금융당국 수장들도 "고금리 틈탄 이자이익 과다" 한목소리

금융당국 수장들 역시 6일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이익'을 지적하며 금융권의 고통 분담 필요성을 독려하고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금융협회장들과 만나 "최근 금리상승 과정에서 금융권 순익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며 "그 이익의 원천이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한 혁신노력의 결과라기보다는 단순히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수입 증가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대 최대규모의 이익에 걸맞게 금융협회가 중심이 되어 금융권의 한 단계 발전된 사회적 역할을 이끌어 주길 기대한다"며 "특히 국가경제의 허리를 지탱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줄여줄 수 있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같은 날 오전 9개 회계법인 CEO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올해 은행의 이자 수익이 아마도 60조원 수준에 달해 역대 최고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며 "3분기 영업이익을 비교해 보자면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를 다 합친 것보다도 영업이익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같은 경우 고정금리 베이스로 금리 변동으로 인한 충격은 위험 관리에 실패한 은행들이 지금 받아야 되는 구조인데, 우리나라는 금리 변동으로 인한 충격을 위험 관리를 할 수 없는 개인들이 온전히 받아야 되는 구조"라며 "정부 당국이 갖고 있는 고민이 여기에 있으며, 이런 고민이 매도돼야 되는 건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로 한 시민이 들어서고 있다.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게 최대 100만원까지 당일 대출해주는 소액생계비(긴급생계비) 대출이 이날부터 시작된다. 2023.3.2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복현 금감원장 "횡재세는 다양한 고민 필요"…서민금융 재원 출연 확대될까

이날 이 원장은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횡재세 부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횡재세는 시장 상황 등 의도치 않은 상황의 덕으로 과도한 이익을 본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이 원장은 "은행들의 비용절감 내지는 수익 극대화 등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고통 등 이 같은 상황이 다 반영된 것이기에 국회에서도 횡재세 논의가 이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횡재세 자체로는 헌법적, 경제 효과적 그리고 기업의 영업·정책적 측면에서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겠으나, 이를 토대로 다양한 문제들이 논의될 필요는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여당을 중심으로 유럽 등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에 힘입어 큰 이자 이익을 본 은행권에 대해 '초과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법인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방안은 이중과세 논란과 금융시장 교란 등의 부작용 우려가 있어, 은행 등 금융사들이 지난 2021년부터 가계대출 잔액의 0.03%를 출연하고 있는 서민금융 재원이나 기부금 등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현재 햇살론, 최저신용자특례보증, 소액생계비대출 등 서민금융 정책상품 대출 규모는 지난 2020년 4조5394억원, 2021년 4조9603억원에 이어 지난해 6조9319억원까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