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노릇'에 '갑질'까지 연이어 은행 때리는 尹…업계 '전전긍긍'

연초 '공공재' 지적에 은행들 상생금융 지원 확대에도 압박 확대
은행 "3분기 실적 하향 등 억울" 토로…야권서는 '횡재세' 언급도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5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10.3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신병남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종노릇' 발언에 이어 '은행 갑질' 발언을 연이어 쏟아내면서 은행들이 긴장하고 있다. 은행권은 올해 초 '공공재'라는 윤 대통령의 비판에 홍역을 치렀고 다양한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았다.

은행들은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도움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은행 영업=이자장사'라는 시각에서 각종 지원이 강요된다면 이는 지나치다며 토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호소를 소개한 데 이어 지난 1일엔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민생 타운홀 미

팅에서 "우리나라 은행은 갑질을 많이 한다"며 "그만큼 과점 상태인데 이것도 일종의 독과점"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윤 대통령의 연이은 '은행 때리기'에 은행권은 전전긍긍이다.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대출 부실 등에 대비해 역대급 충당금을 쌓고 상생금융 확대 및 각종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섰던 은행권은 윤 대통령의 최근 연이은 강도높은 비판에 초긴장 상태다.

당장 서민금융 확대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연내 서민금융상품을 통합하고 지원대상도 확대하는 '정책 서민금융 효율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은행권에 역할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 1주년 간담회에서 연간 서민금융 정책자금을 당초 10조원에서 1조원 이상 확대해 사상 최대 규모로 공급한다는 방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가계대출 잔액의 0.03%인 서민금융 출연요율이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들의 반발해 왔던 지역신용보증재단 법정출연요율 인상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소액생계비' 대출처럼 취약차주 지원을 위한 세부 정책에 대한 지원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당초 은행권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낸 기부금 각각 500억원을 재원으로 했는데, 흥행하면서 13곳의 은행이 181억원을 추가 제공했다.

자체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고 있는 은행들 입장에서는 지원을 늘리는 게 부담스럽다는 눈치다.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의 지난해 사회공헌활동 총금액은 1조238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16.6%(1763억원) 늘었다.

여기다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이자장사를 지적하면서 3년간 58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출연해 대출·보증재원 출연 등의 은행 사회적 책임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민금융상품(새희망홀씨·햇살론·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등) 공급 확대와 채무조정 중인 성실상환자·대출이 어려운 저소득·저신용자 지원 등에 지원금이 공급되고 있다.

이 밖에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올해 주요 시중은행들을 연이어 찾아 서민들을 지원하는 상생금융 동참을 끌어냈다. 은행들은 금감원장 방문에 맞춰 소상공인 지원, 차주 이자감면 등 지원책을 제시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재차 사회공헌을 강화하는 분위기가 커지면서 일단 말을 아끼며 상황만 살피고 있다"며 "정부 방향에 따라 움직였는데 가계 부채부터 시작해 고금리까지 계속 시장의 악역만 맡는 꼴"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불만인 이유는 연이은 지적과 달리 4분기부터는 실적이 하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

주요 은행의 지주사인 KB금융·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의 당기순이익(잠정)을 보면 3분기 기준 4조4222억원으로 전년 동기 4조8876억원 대비 9.5%(4654억원) 감소했다.

고금리로 조달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가 3분기부터 담보 손실률(LGD) 강화로 충당금 적립이 늘어난 점이 영향 미쳤다는 평가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은행들이 고금리 상황에서 얻는 수익은 초과 이익 이라며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는 야권에서 은행에 소위 '횡재세'를 매겨 초과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금융당국에서는 도입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fellsi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