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논란된 은행 '중도상환 수수료'…"기준 모호" vs "필요 수수료"

시중·지방은행 0.5~2.0% 수준 부과…인뱅 중 카뱅만 전부 '무료'
금융위원장 "중도상환 수수료 필요하지만…합리성 보겠다"

올해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출을 정해진 기일보다 일찍 상환할 때 물리는 '중도상환 수수료'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2023.8.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시중은행, 지방은행이 올해 상반기에만 1873억원의 중도상환수수료 수입을 거뒀다. 현행 수수료가 합당한지, 은행이 보는 손해 이상을 소비자에 씌우는 건지 너무 깜깜이다."(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올해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출을 정해진 기일보다 일찍 상환할 때 물리는 '중도상환 수수료'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중도상환 수수료 부과에 기준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조달·자금운용 계획상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선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백혜련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전달하고 있다. 2023.10.1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與·野 모두 국정감사서 "중도상환 수수료 기준 없고 국민 부담 과중" 지적

조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중도상환 수수료에 원칙이나 기준이 없다"고 꼬집었다.

조 의원은 "중도상환 수수료는 조달금리 변동에 대한 은행의 손실비용에 따르는데, 저금리 때 대출한 걸 고금리 시기에 중도상환하면 손해가 없고 오히려 이익인데도 은행은 이에 대해 일언반구없다"며 "또 비대면·대면에 따라 발생하는 업무비용 차이도 있는데 시중은행 중에는 하나은행만 차이를 두고 있으며, 인터넷전문은행 중에는 카카오뱅크만 모든 중도상환 수수료가 면제"라고 설명했다.

중도상환 수수료 문제를 지적한 건 야당뿐만이 아니다. 정무위 소속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 역시 국내은행의 중도상환 수수료 문제를 지적하며 "국민의 부담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SC제일·씨티·BNK경남·광주·DGB대구·BNK부산·전북·제주·NH농협·수협·산업·중소기업은행 등 16개 국내은행이 3년간 벌어들인 중도상환 수수료는 9800억원이 넘었다.

유 의원은 "고금리 시대에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전환하고 싶어도 중도상환 수수료 부담이 커 망설이는 경우도 많다"며 "대출을 계약된 기간보다 일찍 상환한다는 것을 이유로 수수료를 과도하게 책정해 국민의 부담을 가중하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22.2.2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국내 銀 중 카카오뱅크만 중도상환 수수료 전체 면제…"1079억원 혜택"

중도상환 수수료는 통상 △상환금액 △수수료율 △대출 잔여일수 등을 고려해 부과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대출계약부터 3년 이내 상환하는 경우만 중도상환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으며, 수수료율 등은 은행들이 자율로 정한다.

은행연합회 수수료 공시에 따르면 가계대출 기준 국내은행의 중도상환 수수료는 0.5~2.0% 사이로 결정되고 있다. 국내 은행 중에는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의 중도상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뱅크 측은 "리눅스와 오픈 소스 등을 활용한 시스템을 구축해 비용을 절감해 중도상환해약금을 면제하고 있다"며 "주담대의 경우 지난 2022년 2월 출시 당시 당해 연말까지 면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지난해 말에 이어 2023년 6월에도 면제 기간을 연장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카카오뱅크의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조치로 카카오뱅크 출범 후 지난 3월까지 카카오뱅크 사용자들은 총 1079억원의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를 받았다.

한편 인터넷은행 중 케이뱅크는 신용대출에 대해서는 중도상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지만 비대면으로 판매 중인 주담대 상품에 대해 상환 시기에 따라 0.7~1.4%의 중도상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아직 주담대 상품을 출시하지 않았으나 신용대출에는 중도상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은 비용·조달 문제로 수수료 필요" VS "이미 금리 반영" 엇갈려

다만 시중은행 측에서는 인터넷은행과 달리 '비용'과 '조달' 측면에서 중도상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을 동일 선상에 둘 수는 없는 게 인터넷은행은 점포운영비나 인건비가 덜 들어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비용 문제에서 차이가 있다"며 "투자금을 바탕으로 자금운용을 하는 인터넷은행과 달리 시중은행은 자본조달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례로 3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이 있다면 여기에 맞춰 들어온 장기 자금을 바탕으로 조달해 대출이 나가는데 이를 만기 전에 금방 갚아버릴 경우, 조달 미스매칭이 발생하는 부담이 있어 인터넷은행처럼 전면 면제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정치권에서는 은행 이자이익 비중을 가지고 '이자장사한다'고 문제삼으면서 대표적인 비이자 수익인 수수료 문제도 걸고 넘어진다"며 "거기다 수수료 면제·감면하면 또 '기준이 없다'고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3.10.1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 "중도상환 수수료 기준, 합리성 있는지 살펴보겠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시중은행의 목소리에 대해 "너무 은행중심적인 이야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에서는 이미 비용 문제를 반영해 주담대 등 대출 금리를 인터넷은행보다 더 높게 받고 있지 않느냐"며 "수수료 요율 산정에 손익을 반영해 투명하게 하는 것은 금융 소비자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회 지적에 대해 "중도상환 수수료 부과는 여러 이유가 있어 필요하다"면서도 "조응천 의원 지적대로 (수수료 부과 기준에) 합리성이 있는지 봐야한다는 주장에 공감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살펴보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