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거래소별 '손해배상 준비금' 공개…"준비금 한도 늘려야" 지적도

은행연합회 지침 따라 9월부터 적립…업비트, '최대 기준' 적용한 200억원
최대치 적립해도 예치금의 0.64%…코인마켓 거래소는 준비금 의무 없어

가상자산 거래소별 준비금 규모. 자료=김희곤의원실, 금융감독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발급받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해킹, 전산장애 등에 대비해 적립해둔 '준비금' 액수가 공개됐다.

거래소들은 은행연합회의 '가상자산 실명계정 운영지침'에 따라 지난 9월부터 준비금을 적립했다.

◇업비트는 최대치 200억원…코빗·고팍스 최소 기준 충족

10일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는 총 200억원의 준비금을 마련해둔 것으로 나타났다.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다.

업계 2위 빗썸은 100억원의 준비금을 적립했다. 빗썸은 NH농협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제휴한 코인원은 73억원을 마련했다.

이외 신한은행과 제휴한 코빗, 전북은행과 제휴한 고팍스는 최소 기준 금액인 30억원을 준비금으로 적립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7월 준비금 적립 내용을 포함한 '가상자산 실명계정 운영지침'을 내놨다. 해당 지침에서 은행 측은 가상자산 거래소들에게 해킹, 전산장애 등 사고 발생시 고객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이행할 수 있도록 '준비금'을 적립해둘 것을 요구했다.

지침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일평균 예치금의 30% 또는 30억원 중 큰 금액을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업비트 같은 대형 거래소의 경우, 일평균 예치금의 30%가 30억원을 훌쩍 뛰어넘으므로 해당 금액을 준비금으로 적립하면 된다.

단, 최대 금액은 200억원이다. 일평균 예치금의 30%가 200억원을 초과할 경우 200억원까지만 준비금으로 적립해둘 수 있다.

입출금한도, 사용자 추가인증 등 지침에 포함된 다른 내용은 올해 1월부터 적용되지만, 준비금 적립은 이용자 보호를 위해 지난달부터 시행됐다. 따라서 각 거래소들의 준비금 액수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치금 대비 준비금 적다" 지적도…준비금 한도 상향 가능성

일각에서는 예치금 규모에 비해 준비금 규모가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케이뱅크 내 업비트 고객 예치금은 3조909억원에 달한다. 적립금은 예치금의 0.64%에 불과하다.

이는 그간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해킹 피해 규모에 비해서도 적은 금액이다. 업비트의 경우 지난 2019년 580억원치 이더리움(ETH)을 해킹으로 탈취당한 바 있다.

다만 업비트의 준비금은 은행연합회 기준에 따른 최대 규모다. 업비트 측은 "은행연합회의 실명계정 운영지침에 따라 준비금을 적립한 상태다"라고 밝혔다.

업비트를 포함한 거래소들이 준비금 액수를 늘리려면 은행연합회 기준 자체를 상향해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 같은 지적이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될 경우 준비금 한도를 상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 측은 지난해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제휴 은행별로 가상자산 거래소 원화 입출금 한도가 다르다는 김희곤 의원 지적에 "입출금한도 표준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후 올해 7월 나온 은행연합회 실명계정 운영지침에 입출금한도를 통일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실명계좌가 없는 코인마켓(코인과 코인 간 거래만 지원) 거래소에서 해킹 사고가 발생할 경우 투자자 보호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준비금을 마련해둘 의무가 없으므로 해킹 사고 발생시 투자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준비금 적립은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확보한 거래소에만 적용되는 요구 사항이다.

코인마켓 거래소의 해킹 사례로는 지닥의 사례가 있다. 지닥은 지난 4월 200억원 규모 가상자산을 해킹으로 탈취당했다. 당시 지닥은 회사 및 임원 자금으로 손해액을 전부 충당했지만, 다른 코인마켓 거래소는 피해액 충당이 어려울 수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지난 9일 발표한 '2023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코인마켓 거래소 21곳 중 18곳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