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 나오나…금융사고시 경영진 책임 물린다
윤한홍 의원,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대표 발의
책무구조도·내부통제 준수 의무 등 법적 근거 마련
- 김정현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은행·상호금융·카드사 등 금융권에서 연이어 직원들의 횡령 등 일탈 사고가 발생하는 가운데, 국회에서 금융사 임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 나와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지난 11일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앞서 지난 6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과 궤를 같이 한다. 당초 금융당국은 정부 입법을 통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법안 처리를 빠르게 할 수 있는 의원 입법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윤 의원은 이번 개정안의 제안 이유에 대해 "금융회사의 책임성 있는 내부통제 제도의 운영과 임직원의 내부통제 인식 개선을 위해 내부통제에 관한 이사회의 감시역할을 강화하고, 금융회사 개별 임원에게 소관 업무영역별로 내부통제 관리의무와 책임을 사전에 명확히 부여하는 방안을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책무구조도 도입 통해 대표이사 등 임원의 관리의무 명확히
이번 개정안은 △이사회의 내부통제 감시역할 강화 △임원 및 대표이사등의 내부통제등 관리의무 부여 △책무구조도 마련 및 제출의무 도입 △내부통제등 관리의무 위반 시 제재조치 및 감면 근거 마련을 골자로 한다.
특히 '책무구조도'(responsibilities map) 도입이 핵심이다. 책무구조도는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 및 책무를 배분한 내역이 기재된 문서다. 금융회사의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자를 특정하고,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로 위임할 수 없도록 하는 원칙을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책무구조도에 기재된 임원은 자신의 책임범위 내에서 내부통제가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내부통제기준의 적정성, 임직원의 기준 준수여부 및 기준의 작동여부 등을 상시점검 하는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일반 임원뿐만 아니라 그간 금융사고 발생에도 책임을 묻기 어려웠던 대표이사 역시 내부통제의 '시스템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법적 근거가 생기게 된다.
◇내부통제 기준 '마련'뿐 아니라 '준수' 의무도 법으로 규정
또 이전에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마련할 의무만 있었다면, 이번 개정안을 통해 관리의무까지 추가되는 점도 주목된다. 이전에는 관리 의무를 법으로 규정하지 않아 금융사 경영진에 대한 징계가 무효화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대규모 환매중단을 초래한 우리은행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손실 사태 문제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지난 2021년 4월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내부통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에 불복한 손 전 회장이 낸 징계취소소송에서 1심 재판부에 이어 대법원까지 "현행 법령상 금융사의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에 대해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과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은 구별돼야 한다"며 징계 무효를 확정했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경영진이 내부통제에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이 확인되면 대표이사까지도 책임을 지게 되는 일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단, 금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임원들이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는지 등을 바탕으로 제재조치를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된다.
◇이르면 내년 실시…금융권 "상당한 주의 요건, 범위 모호…충분한 의견 수렴 필요"
이번 개정안은 이르면 오는 2024년부터 실시될 전망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시행되면, 법 시행 후 최초로 소집되는 주주총회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그간 금융사고에 대해 자체적 내부통제 강화방안을 내놨던 금융권에서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측면도 고려해야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통제 및 책임소재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경영진이나 이사진으로 하여금 소극적 경영이나 몸 사리기에 급급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며 "특히 감경·면제 조건인 '상당한 주의'의 범위가 모호해 이에 대한 충분한 업계 의견수렴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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