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가 50년 대출?"…'DSR 우회로' 막겠다는 당국[50년 주담대 논란]①

1년 만에 '35년→40년→50년'…만기 연장으로 DSR 낮췄나
가계부채 급증 원인 지목…당국, 나이·소득 제한에 "공감"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한 달 전보다 6조원 증가한 1068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8.9/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금융당국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가계대출에 대해 '50년 만기 주담대'를 주범으로 지목했다. 50년 만기 주담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제한을 검토 중이다.

당초 주담대 만기 연장은 차주들의 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이뤄진 조치다. 지난해 5월 주담대 최장 만기는 35년에서 40년으로 늘어났다. 금융당국에서도 주택금융공사(주금공)을 통해 청년층과 신혼부부 한정으로 50년 만기 정책모기지를 선보였다.

이어 지난 1월 한화생명이 시중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선보였다. 은행권에서도 SH수협은행이 같은 달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달 5일에는 NH농협은행이 5대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혼합형) 대출기한을 50년으로 연장하며 하나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도 줄줄이 이를 도입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가계대출 80% 비중 주담대, 5월부터 3달 연속 증가하며 '경고등'

문제는 만기 연장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액이 감소하고, DSR이 낮아져 총 대출한도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주택 관련 규제 완화까지 겹치자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담대 잔액이 연달아 늘어나 가계대출 잔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4개월 연속 증가해 7월말 기준 1068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대출의 80%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5월 증가세로 전환한 뒤 6월엔 6조9000억원, 7월엔 6조원이 연이어 늘어나며 820조8000억원을 기록한 영향이다.

실제로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 4대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취급액은 출시 한 달여 만에 1조2610억원을 돌파했다. 가입 좌수도 4891좌에 달한다.

2023.7.18/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금융당국, 50년 만기 주담대 원인 지목…연령대 제한 방안 '만지작'

50년 만기 주담대의 인기와 함께 가계부채 증가 '경고등'이 켜지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은행연합회, 금융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를 가계부채 급증 원인으로 지목하고 은행권의 대출 심사가 느슨해진 부분이 없는지 중점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차주의 연령대에 대한 규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은퇴연령에 가까운 50대 이상 차주들이 초장기 주담대를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0년 만기 주담대를) 어떤 연령대에서 어떤 목적으로 쓰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봐야 어느 정도까지는 용인하고 어느 정도까지는 조금 더 타이트하게 관리돼야 한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이, 소득 제한 도입 필요성에 "공감을 하고 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출시된 주금공의 50년 만기 정책 모기지 상품은 만 34세 이하 또는 결혼 7년 이내 신혼가구인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중에는 만 34세 이하로 나이 제한을 두는 신한은행을 제외하고는 나이나 소득 제한이 없는 상황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7.1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금융당국 원인 지목에 은행권도 몸사리기…"가이드라인 나오면 요건 변화 있을듯"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8월 중 가계대출 관리 내지 실태와 관련해 현장점검을 내보낼 계획"이라며 "DSR 규제를 중심의 관리가 중요해졌기 때문에 은행들이라든가 주담대 판정 과정에서 기준들이 적정한지를 실태 점검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원인 지목에 앞다퉈 상품을 출시했던 은행권에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으나 규제 도입 가능성에 소비자들이 쏠리는 현상도 관측되고 있다.

5대 은행 중 가장 먼저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출시한 농협은행은 지난 18일 가장 먼저 상품 판매를 오는 9월부터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출시한 지 두 달도 안됐지만 농협은행은 당초 설정한 2조원 한도가 소진됐다고 밝혔다.

농협은행 측은 판매 중단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한도 소진을 이유로 들었으나, 일각에서는 당국의 태도에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어떻게 나올지에 따라 상품들의 요건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