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업계가 '오징어게임'인가요"…업계 지적에 이복현 "공감한다"(종합)
이복현 금감원장, 16개 가상자산사업자 CEO들과 간담회 개최
업계 "사업자 수 자꾸 줄어…오징어게임인가" 규제 개선 요구
- 박현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가상자산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개최한 가운데, 법인용 가상자산 계좌를 열어달라는 등 업계의 요구에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사업자 수가 점점 줄어든다는 업계의 지적에 대해서도 공감한다는 뜻을 전했다.
26일 이 원장은 금융감독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상자산사업자 CEO 간담회'에서 가상자산 업계 동향, 규제 방향 등을 업계와 논의했다. 이 원장이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가상자산사업자 대표들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간담회에는 업비트(두나무),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개 원화마켓 가상자산사업자 대표들과 포블, 포리스닥스(크립토닷컴 코리아), 비블록, 프라뱅, 차일들리, 플라이빗, 코어닥스 등 7개 코인마켓 가상자산사업자들이 참석했다. 또 한국디지털에셋(KODA),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인피닛블록, 헥슬란트 등 4개 가상자산 보관 및 지갑사업자 대표들도 자리했다.
간담회는 이 원장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됐으나, 해당 자리에서 모든 사업자 대표가 돌아가며 한 마디씩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거래소 대표는 가상자산 업계를 '오징어게임'에 비유했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사업자들을 소집할 때마다 참석하는 사업자 수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7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갱신신고를 포기하는 곳들이 늘어나면서 가상자산사업자 수는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갱신신고 대상인 33개 사업자 중 당국에 신고 의사를 밝힌 곳은 절반 수준인 17개뿐이다. 이미 코인마켓 가상자산 거래소를 중심으로 여러 사업자들이 영업을 종료한 상태이기도 하다. 이 같은 지적과 관련해 이 원장은 "깊게 공감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서는 규제 개선과 관련한 요구도 이어졌다. 특히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개설을 허용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 코인마켓 거래소들도 은행과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제휴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이와 관련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원장은 '2단계 입법' 등 규제 개선을 통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사업자의 의무만을 규정한 '1단계 입법'이므로, 법인 계좌 등 시장과 관련한 실질적 규제는 2단계 입법을 통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원장은 원론적인 답변을 할 수밖에 없다며 아쉬움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데다, 금융위원회 등 다른 유관기관과의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장으로서 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이 원장은 "(가상자산사업자) 여러분께서 법 시행 이전부터 규제 이행에 필요한 조직, 시스템 및 내부통제 구축에 적극 노력해 주신 덕분에 시장의 변동성이 완화되는 등 새로운 가상자산 규율체계가 원만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여전히 미진한 부분들이 있는 만큼 모든 법상 의무가 적절히 이행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면밀히 점검하고 부족한 점은 보완해달라"고 덧붙였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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