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관치금융 비판에 "자율적 관행 자리잡는 과정"

은행별 상이한 가계대출 대책으로 비판 나와
"가계대출 긴축 필요해…자율적 관리가 중요"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2024.8.1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10일 최근 은행들이 각기 다른 가계대출 대책을 내놓아 시장 혼란이 빚어진 것에 대해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행이 자리 잡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관치 금융'이라는 여론의 비판에 대해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은행권의 가계대출 취급동향과 관련해 은행권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원장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최근 은행들이 개별적으로 가계대출 관리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혼란이 빚어진 것과 관련해 "이제까지 모든 은행이 동일하게 감독당국의 대출규제만 적용하다 보니 은행별 상이한 기준에 익숙하지 않아 발생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행이 자리 잡기 위해서 반드시 현시점에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라며 "오늘 이 자리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은행장님들과 논의해 보고자 마련했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자 금감원이 은행들을 대상으로 가계대출을 옥죄라는 메시지를 연이어 내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일었다. 더욱이 은행별로 각기 다른 가계대출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자 금감원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 원장의 이날 발언은 이같은 비판 여론에 대한 답으로 해석된다. 관치가 아니라 오히려 자율규제가 자리 잡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들어 급증하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위험' 수준이라며 다시 한번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안정적으로 관리되던 가계대출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거래량이 회복되면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이미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도 가계부채를 적정수준으로 긴축해 나가지 못할 경우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경제성장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원장은 국내 은행들에 주택 관련 대출이 집중되고 있다며 "금융불균형이 누증되고 주택가격 조정 시 건전성이 악화하는 등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은행이 손쉽고 안정적으로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주택) 부문 위주로 자금을 공급하면서 혁신 성장 부문으로 자금공급은 도외시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이 원장은 최근 은행권이 여신심사기준을 강화하고 자율적인 리스크 관리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다며 "가계대출 취급에 있어 그간의 심사경험을 살려 선구안을 발휘하고 대출 포트폴리오를 건전하게 조정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감독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는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향후에도 이런 은행들의 자율적 가계대출 관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원장은 향후 가계대출 관리에 대한 은행권의 지속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가계대출 관리에 있어서도 은행권이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고 건전한 여신 관행을 정착시키는 데 앞장서 주길 기대한다"라며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자발적인 노력이 조기에 안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원장은 늘어나는 정책성 대출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관리 방안을 수립해 나가겠다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옥죄기로 신용대출, 제2금융권에서 발생한 대출 풍선효과에 대해서도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조용병 은핸연합회 회장을 비롯해 18개 국내은행 은행장이 참석했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