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 '해외부동산 잠재부실' 3개월 만에 1조원 늘었다

지난해 6월 말 대비 EOD 규모 9800억원↑…오피스·호텔·복합시설 순
금융권 총자산 대비 해외 부동산 투자 0.8% 불과…"시스템 영향 제한적"

김병칠 전략감독 부문 부원장보

(서울=뉴스1) 박승희 공준호 기자 = 국내 금융회사가 투자한 해외 부동산에서 기한이익상실(EOD) 규모가 3개월 만에 1조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융권 총자산 대비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가 0.8%에 불과한 만큼, 투자 손실이 금융 시스템 전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금융감독원은 판단했다.

22일 금감원이 발표한 '2023년 9월 말 기준 금융회사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현황'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투자한 단일 사업장(부동산) 35조800억 원 중 2조3100억 원(6.46%)에서 EOD 사유가 발생했다. 6월 말 집계 당시 1조3300억 원이었던 규모가 3개월 만에 9800억원 늘어난 상황이다.

EOD란 채무자의 신용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한 채권자(금융기관)가 만기 전에 대출금 회수에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공실 증가로 임대료 수입이 줄어 이자나 원금 지급이 밀리거나, 건물 가치가 선순위 대출 규모를 하회해 담보인정비율(LTV) 조건에 미달해 채무자의 신용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되면 채권자(금융기관)가 EOD 선언을 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부동산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며 EOD 발생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이후 올해 1월 말까지 금감원에 보고된 EOD 발생 사업장은 28개로, 지난 해 9월 이후 3건이 추가됐다. 이를 포함한 가장 최근 통계로는 EOD 규모가 2조 4000억 원을 상회하고 있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는 고점이었던 지난 2022년 4월 159.8에서 올해 1월 121.1까지 내렸다. 같은 기간 유럽도 129.7에서 98.3으로 급락했다.

국내 금융사들이 투자한 자산 유형별 EOD 발생 현황은 오피스가 19조8000억원으로 액수가 가장 컸으며 △호텔(4조 4000억 원) △복합시설(4조 2000억 원) △주거용(3조 9000억 원) △물류창고(2조 2000억 원) △상가(1조 3000억 원) 등 순이었다.

다만 금감원은 이러한 상황이 금융 시스템 전반에 미칠 영향은 적다고 보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규모가 총자산 대비 1% 미만에 불과해 충분히 흡수 가능한 수준의 손실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금융사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2023년 9월 말 기준 56조 4000억 원으로 금융권 총자산(6800조 9000억 원)의 0.8% 수준으로 집계됐다. 시장 침체로 신규 투자가 정체되며 투자 금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55조 8000억 원에서 6000억 원(1.07%)가량 증가한 데 그쳤다.

금융권별로는 보험이 31조9000억 원(56.6%)으로 잔액이 가장 많았다. 그 뒤는 △은행 10조 1000억 원(17.9%) △증권 8조 4000억 원(14.9%) △상호금융 3조 7000억 원(6.6%) △여전 2조 2000억 원(0.5%) △저축은행 1000억 원(0.2%) 순이었다. 투자 지역은 북미가 34조 5000억 원(61.1%)으로 가장 많았다. 유럽 10조 8000억 원(19.2%), 아시아 4조 4000억 원(7.9%), 기타 및 복수지역 6조 6000억 원(11.8%) 등이 뒤를 이었다. 내년까지 12조 7000억원(22.5%) 만기가 돌아오고, 나머지는 2030년까지 만기가 남았다.

아울러 금감원은 EOD이 발생했다고 해서 전액 손실이 발생한다고 할 순 없다고 부연했다.

김병칠 전략감독 부문 부원장보는 "임대료에 문제가 없고 LTV 조건만 조정하면 되는 경우에는 투자자 간에 대출 조건을 조정하거나 해서 만기 연장을 하는 경우도 많고, 이 경우 앞으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다시 회복세로 돌아설 경우에는 정상적으로 투자금 회수도 가능하다"며 "자산 매각 시에도 배분 순위에 따라 전액 또는 일부 투자금 회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향후 해외 부동산시장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적정 손실 인식 및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 확충을 유도할 계획이다.

사업장·투자건별 데이터베이스(DB) 보안 및 금융회사의 손실반영·충당금 적립 등 리스크 관리 실태 점검을 진행하고, 손실 및 부실 우려 자산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강화를 위해 금융회사 및 금감원 해외사무소 등과 연계한 신속보고체계를 운영할 방침이다.

김병칠 전략감독 부문 부원장보는 "금융회사, 자산별 리스크관리 강화를 위해 만기 임박 자산 등에 대해 금융회사의 대응계획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하겠다"며 "금융회사들을 보다 촘촘하게 점검하고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구비하도록 지도해 우리 금융 시스템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