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해외 가상자산', 법인비중 70% 달해…'30대 큰손' 평균 124억
해외 금융계좌 신고 대상에 가상자산 포함…131조원으로 70% 차지
법인 보유 가상자산만 120조원 달해…국내 법인 투자 막혀 '해외행' 택한 탓
- 박현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올해부터 해외 금융계좌 신고대상에 가상자산(암호화폐)이 최초로 포함된 가운데, 가상자산이 전체 신고 금액인 186조원 중 70.2%인 131조원을 차지했다. 특히 법인이 신고한 금액이 120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가상자산 신고 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가상자산 신고금액의 법인 비율이 91.6%에 달한 것.
이는 가상자산을 발행한 기업들이 리저브(자체 보유) 물량을 해외 지갑에 보관해두고 있는데다, 가상자산에 투자하려는 법인들도 해외 지갑(계좌)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제한돼 있다.
지난 20일 국세청이 공개한 '2023년 해외금융계좌 신고실적'에 따르면 올해부터 해외 금융계좌 신고 대상에 포함된 가상자산 계좌에 대해 개인·법인 신고자 1432명이 130조8000억원을 신고했다. 전체 신고 자산 중 가장 큰 금액으로, 70% 이상 비중을 차지한다.
가상자산 신고 금액 중 약 92%인 120조4000억원은 법인으로부터 나왔다. 법인 전체 신고 금액에서도 74.3%를 차지하는 규모다. 해외에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법인은 총 73개다.
국세청은 법인의 가상자산 신고 금액이 많은 원인으로 코인을 발행한 기업들의 '유보물량'을 지목했다. 유보 물량(리저브 물량)이란 가상자산을 발행한 기업들이 발행한 코인을 모두 유통시키지 않고, 마케팅 또는 투자 목적 등으로 남겨둔 물량을 뜻한다.
국내에선 사실상 가상자산발행(ICO)이 금지된 상태이므로 코인을 발행한 기업들은 싱가포르 등 해외에 법인을 세워 물량을 관리해왔다. 따라서 이들 기업이 발행 후 유통시키지 않은 채 남겨둔 리저브 물량이 이번 신고 금액 중 큰 비중을 차지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보유 금액을 신고한 73개 법인이 모두 가상자산 발행 기업은 아닐 것으로 추측된다. 국내에선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 이후 신고를 수리받아 원화 취급이 가능한 거래소들은 법인의 원화 입출금 및 원화마켓 거래를 제한하기로 했다. 현재 원화마켓이 있는 5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빗썸과 코인원, 고팍스는 법인의 신규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 또 업비트와 코빗은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쳐 신규 가입을 받고 있으나, 원화마켓 이용은 제한한 상태다.
이에 가상자산에 투자하려는 법인들은 해외 거래소나 장외거래(OTC) 플랫폼을 이용해야 한다. 이들이 해외 거래소 등에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도 올해 신고 대상에 포함돼 신고 금액 규모를 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단,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신고 금액이 예상보다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등락이 심한 가상자산의 특징을 고려했을 때 높은 가격을 기준으로 신고한 기업들이 많을 수 있어서다. 금액을 축소해 신고할 경우 탈세가 될 수 있으므로 오히려 높은 가격을 기준으로 삼았을 것이란 추측이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최저 가격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금액을 축소 신고했다는 혐의를 받을 수 있으므로 오히려 법인들이 높은 코인 가격을 기준으로 확대 신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73개 법인 외에 1359명 개인도 가상자산 보유 금액을 신고했다. 신고 인원 비율로는 30대가 40.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40대 30.2%, 50대 14.1%로 뒤를 이었다. 1인당 평균 신고금액은 30대가 123억8000만원, 20대 이하 97억7000만원, 50대 35억1000만원 순이었다.
다만 5억원 이하 가상자산은 신고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세청 측은 "가상자산을 통한 잠재적인 세원 잠식 위험성에 대응하기 위해 국세청을 포함한 전 세계 과세당국이 정보교환 보고 규정(CARF)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내역 등 정보 교환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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