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상환기한' 외국인도 개미와 동일하게"…野 법안 발의

김경협 의원 "공매도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담보비율·이자율도 모두 통일…일각선 "헤지 매력 저하" 우려도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반도평화경제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김경협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3.1.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제도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 개인과 외국인·기관의 공매도 요건을 동등하게 통일하는 법률이 발의돼 주목된다. 상환기한과 담보비율, 이자율까지 모두 통일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8일 국회에 따르면 김경협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은 일명 '공매도 제한법'인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일부개정안'을 발의해 최근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 제출했다.

법률안은 차입공매도의 이자율, 상환기간, 담보비율을 투자자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김경협 의원은 "정부는 지난 2020년3월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이후 2021년5월에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부분적으로 공매도를 재개해 운영하고 있다"면서 "최근 정부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주요 당국자가 공매도 전면재개 관련 발언을 이어가며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개인과 외국인·기관의 불공정한 제도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를 전면재개하면 개인투자자들이 또 다시 불합리한 제도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특히 개인투자자와 외국인·기관 사이에 상환기간과 차입금액에 대한 담보금액의 비율이 서로 다르게 적용되고 있어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면서 "이를 법률로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명시해 우리 개인투자자가 외국인·기관 투자자에 비해 불리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상환기한의 경우 개인은 90일 이내 빌린 주식을 되갚고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도록 돼 있다. 종전엔 60일이었는데,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에 비해 지나치게 짧다고 불만을 표현하면서 금융위원회가 지난 2021년 제도개선을 통해 90일로 연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외국인과 기관은 상환기한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이를 지적했고, 당국은 2022년 제도를 또 다시 수정해 원하는 사람은 90일씩 원하는 만큼 공매도 상환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사실상 개인도 공매도 상환기한을 외국인과 기관처럼 '무기한' 연장할 수 있는 셈이 됐다.

그러나 개인은 오히려 불만이다. 자본력과 정보력이 외국인이나 기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개인이 상환기한만 길게 유지해본들 손실이 무한대로 커질 수 있어 외국인과 기관의 상환기한을 개인처럼 단기로 강제해달라는 입장이다.

담보비율 역시 현재 개인은 140%부터 적용되는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105%부터 유동적으로 적용된다. 개인투자자들은 "자본력이 막강한 외국인과 기관이 오히려 적은 담보로 공매도를 치니 개인은 시장에서 반드시 패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외국인의 담보 비율을 개인과 동일한 140%로 맞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개정안에서는 자본시장법 제180조 제4항과 5항을 신설해 모든 조건을 동일화했다.

우선 차입공매도를 하려는 자에 따라 차입금액에 대한 이자율에 차등을 두지 말도록 했고 차입금액에 대한 담보비율은 '100분의 140(140%)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인 담보를 제공받으라고 규정했다.

즉 개인과 외국인·기관이 동일한 140% 담보비율로 대차를 받도록 하고 이자율도 동일하도록 통일한 것이다.

여기에 차입공매도를 한 날부터 90일 이내에 차입한 상장증권을 상환하고 제2호에 따른 담보비율을 유지하는 것을 조건으로 신용을 공여하거나 증권을 대차거래하라고 강제했다. 상환기한도 개인과 외국인 모두 90일로 못박은 것이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다만 일각에서는 공매도 상환기한과 담보비율 조정이 오히려 우리 주식시장 전체의 '매력'을 하락시킬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 전문가는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상환기한을 개인처럼 90일로 제한하라는 것은 오히려 외국인과 기관들이 최소 90일동안 차입한 주식을 갚지 않아도 되는 기한을 설정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은 90일 상환기한 이내엔 빌린 주식을 갚지 않아도 되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공매도로 주식을 차입할 때 별도 상환기한을 두지 않는 대신 필요시 빌린 주식을 즉각 되갚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 관리 차원에서도 상환기한을 규제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다고도 짚었다.

이 전문가는 "만약 외국인과 기관의 상환기한을 90일로 제한한다면 국내 우량주를 장기간 보유하고 있는 외국계 대형 펀드들이 오히려 우량주를 대거 매도할 유인이 생긴다"면서 "현재 대형 펀드들은 삼성전자 등 대형 우량주를 장기간 보유하면서 배당이나 대주 수수료 등을 받고 있는데, 한번 빌려줬을 때 90일간 돌려받지 못한다면 보유 매력이 떨어진다고 여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sth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