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집사라 시즌2 ?"…9억 특례보금자리론 의견 '분분'
내년부터 9억이하 주택 연 4~5%대 금리로 5억까지 대출
"고금리 부담 걱정 덜어"vs"집값 떨어지면 누가 책임지나"
- 국종환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당정이 내년부터 9억원 이하 집을 살 때 소득에 상관없이 연 4~5%대 금리로 5억원까지 빌려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하기로 하면서 대출·주택 시장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이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계획을 밝힌 뒤 은행 상담창구와 대출·부동산 커뮤니티엔 특례보금자리론 관련 게시글과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서민 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를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차주들의 금리부담 경감을 위해 특례보금자리론을 내년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일반형 안심전환대출과 적격대출을 보금자리론에 통합한 정책모기지 상품이다. 신규 주택구매자는 물론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갈아타려는 차주, 담보물건에 대한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주담대(보전용)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보금자리론은 약정만기(최장 50년) 동안 비교적 낮은 고정금리로 원리금을 매달 갚아나가는 주담대 상품이다. 기존엔 부부합산 소득 7000만원 이하, 시가 6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만 이용할 수 있었다. 내년 특례보금자리론으로 확대되면 주택가격 요건은 시가 6억원에서 9억원 이하로 확대되고, 소득요건은 아예 없어진다. 대출한도는 최대 3억6000만원에서 5억원까지 늘어난다.
금융위는 특례보금자리론의 대출금리를 시중 금리보다 낮게 책정할 방침이다. 우대형 안심전환대출(연 3.8~4.0%)과 보금자리론(연 4.25~4.55%) 등의 금리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 4% 중후반~5% 초반대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가 5% 초반~7% 중후반까지 형성된 것을 고려하면 최대 2%p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그동안 최고 연 8%에 육박하는 고금리 주담대에 힘겨워했던 차주들은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소식에 일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일부 차주들은 "대출금리가 6% 중반까지 뛰어 막막했는데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 "내년 이사를 앞두고 금리 때문에 걱정이 컸는데 비교적 낮은 고정금리 혜택이 생겨 다행이다", "급매물 위주로 내 집 마련 기회를 노려봐야 겠다" 등의 기대감을 보였다.
반면 특례보금자리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집값 하방압력이 거세고, 금리도 예전에 비해 크게 오른 상황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주택시장 침체가 심각하고 여전히 금리가 비싼 상황에서 빚내서 집사라 시즌2가 시작되는 것이냐", "예전 연 2~3% 수준의 대출금리에 비하면 연 5% 금리 부담도 상당하다", "기껏 집값이 잡히고 있는데 괜히 자극하는 것이 아니냐" 등의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56% 하락했다. 2012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4주 연속으로 역대 최대 하락폭 기록을 갈아치웠다. 수도권(-0.69%)과 지방(-0.43%)도 최근 규제지역 해제에도 불구하고 낙폭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집값 하방압력이 커지면서 지난해 고점 대비 수억원 하락한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의 최대 대출한도인 5억원을 연 5%의 금리로 빌릴 경우, 최장 50년 만기를 적용하더라도 매월 은행에 갚아야 하는 원리금은 약 230만원에 달한다. 연간 2760만원으로 웬만한 외벌이 직장인이 감당하기는 쉽지 않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9억 이하 주택이 서민인가, 세입자 등 서민을 위한 지원이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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