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참패'가 탈출 신호탄이었나…2차전지 널뛰기에 '대혼돈'

에코프로 개미는 이미 '탈출' 시작…한달간 1조 순매도
이차전지 랠리 후폭풍…"공매도 쇼트커버링은 매도 신호 방증"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차전지 관련 주요 종목은 이날 오후 1시30분을 전후해 급락하기 시작했다. 주요 2차전지 종목의 장중 고점 대비 저점 변동폭을 긴급 분석한 결과, -25% 안팎의 큰 변동성을 보였다. 가장 낙폭이 컸던 금양은 고점대비 저점 변동폭이 -34.95%, 에코프로비엠 -26.63%, 에코프로 -26.18%, 포스코퓨처엠 -24.64%, 포스코홀딩스 -21.60%를 기록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올해 국내 증시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급상승한 이차전지(2차전지) 종목들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업황에 대한 밝은 전망엔 이견이 없지만 주가가 '적정수준'인가에 대한 부분에선 격론이 벌어지면서다.

특히 상승을 주도했던 개인이 '매도 포지션'을 잡으면서 고점 탈출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나 업황에 '트리거'(특이사항)가 없는데도 주가가 출렁이는 것은 그간 2차전지 종목들이 '수급'에 기대 상승폭이 가팔랐던 만큼 그 부메랑이 돌아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외국인의 '쇼트스퀴즈'로 추정되는 대량매수 역시 개인의 매도물량 증가로 인한 것인 만큼, '탈출 신호'를 발빠르게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차전지 관련 주요 종목은 지난 26일 오후 1시30분을 전후해 급락하면서 휘청했다. <뉴스1>이 주요 2차전지 종목의 장중 고점 대비 저점 변동폭을 긴급 분석한 결과, -25% 안팎의 큰 변동성을 보였다.

가장 낙폭이 컸던 금양(001570)의 경우 고점대비 저점 변동폭이 -34.95%에 달했다. 이 회사는 오전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전일대비 24% 이상 상승한 19만4000원까지 치솟았다가 오후 들어 전일대비 13% 추락하며 12만6200원을 기록했다.

에코프로비엠(247540)도 상황은 비슷하다. 사상 최고가를 쓰던 오전대비 오후 낙폭이 -26.63%에 달했다. 장중 최고가는 58만4000원, 오후 1시30분 이후 기록한 저점은 42만8500원이다.

동학개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에코프로(086520) 역시 153만9000원이던 고점보다 40만원 이상 빠지면서 113만6000원까지 순식간에 밀리며 변동폭이 -26.18%에 달했다.

포스코그룹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포스코퓨처엠(003670)은 장중 고점대비 저점 하락폭이 -24.64%를 기록했고 포스코홀딩스(005490) 역시 -21.60%의 하락을 보였다.

이로 인해 코스피는 1.67%, 코스닥은 4.18% 하락마감했다. 불과 몇개 종목의 급락세로 지수 전체가 흔들린 것이다.

이날 급락 현상에 대해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급의 후폭풍'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수급요인에 따라 급락했다"면서 "최근 신용융자잔고 증가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급 쏠림현상의 중심에 있던 2차전지 종목의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향후 반대매매 출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최근 2차전지 소재주가 연일 급등세를 보이며 '투자'를 넘어 '투기' 열풍의 비이성적 과열을 보인 만큼, 후폭풍 우려가 제기된다는 지적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최근 수일간의 수급을 모조리 흡수했던 2차전지 관련 종목의 주가와 수급이 시장 전체를 흔들어놓고 있다"면서 "펀더멘털(기초여건)이나 업황 트리거가 발생하지도 않았음에도 이런 변동성이 나타나는 것은 수급과 심리적 요인이 반대급부 현상을 겪고 있음이 유력해 보인다"고 풀이했다.

한 연구원은 특히 "오전만 하더라도 코스닥 종목 중 1400개가 하락하고 있는데도 1%대의 상승세를 보였었다. 이는 분명히 '정상'이 아닌 상황"이라면서 "시장도 이런 현상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한 듯하다"고 짚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들어 이날까지 개인의 에코프로 순매도 규모는 1조14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스피·코스닥 모든 종목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에코프로 주가가 장 초반 급등했다가 오후 1시20분쯤 급락한 26일에도 개인은 1518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은 1395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이날 개인은 에코프로 형제를 일제히 팔아치웠다.

에코프로의 경우 개인은 이날 하루 1515억원어치를 팔았다.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순매도다. 7월 한달간 누적으로는 순매도 규모가 1조1403억원으로 늘어난다.

6월까지 매월 순매수 기록을 이어오면서 누적 1조9144억원을 사들인 것과 비교된다. 단순계산하면 개인은 6월까지 6개월간 사들였던 에코프로를 7월 한달 동안 대부분 팔아치운 셈이 된다.

반면 외국인은 이날 에코프로를 1395억원 순매수했다. 7월 한달간 누적 순매수는 1조2204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은 개인과 정반대로 지난 6개월간 1조2006억원을 순매도했다가 에코프로 주가가 100만원 안팎을 기록하던 7월 한달간 대부분 되사들였다.

이 때문에 공매도 물량에 대한 '쇼트 스퀴즈'가 나온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쇼트 스퀴즈란 주가하락을 기대했던 공매도 투자자가 주가상승 압박을 못 이겨내고 발빠르게 주식을 다시 매수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경우 주가는 급등하는 경향을 보인다.

에코프로비엠도 동일한 패턴이다. 개인은 이날 하루 에코프로비엠을 2912억원 순매도했다. 7월 누적 순매도는 7993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은 에코프로비엠을 이날 3017억원, 7월 한달간 8734억원어치 샀다.

외국인의 쇼트스퀴즈가 나오면서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쇼트 스퀴즈가 나올땐 주가가 급등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 세력과의 한판 대결에서 개미가 승리했다는 환호성도 나왔다.

하지만 시장에선 쇼트스퀴즈가 나온 시점이 '고점'이라는 신호기 때문에 이때야말로 물량을 털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미국에서 공매도에게 K.O 승을 거둔 게임스톱의 경우 주가가 1000% 이상 올랐는데, 공매도 기관의 쇼트 스퀴즈가 나온 직후 주가가 급락했다"면서 "주가를 끌어올린 주요 주체였던 개인이 대거 차익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차후 주가가 실제로 하락하면 싼값에 되사 빌린 주식을 갚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투자기법이다. 공매도 주체에 따라 빌린 주식의 상환 기간에 차이가 있는데, 국내의 경우 개인은 90일씩 반복적으로 상환기한을 설정할 수 있고 외국인과 기관은 상환기한이 따로 없다.

다만 상환기한이 없는 대신 주식을 빌려준 주체가 매도 등 거래를 하려 할 때는 즉각 되갚아야 한다.

즉 공매도 세력의 쇼트스퀴즈가 나온 시점이 이미 '차익실현' 매물이 크게 늘어났다는 방증이 되는 셈이다.

운용사 대표는 "수급으로 오른 주식은 그 반발 하락도 크기 때문에 변동폭이 매우 커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특히 개인 수급의 경우 오를 때 쏠림 현상이 있는 것처럼 하락할때도 공포에 질려 '투매'를 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적정수준의 주가라 판단되면 합리적으로 거래시점을 정하는 것이 시장에 휩쓸리지 않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esth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