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는 맞는데"…STO 열풍 속 증권가 '신중 모드'
"플랫폼 구축에 최소 수십억원…장외거래중개업 요건 까다로워"
'혁신의 필수도구' 공통 인식…금감원, 2월 중 관련 업계 의견 수렴
- 유새슬 기자
(서울=뉴스1) 유새슬 기자 = 증권업계의 새 수익 모델로 불리는 토큰증권 발행(STO)을 바라보는 대형 증권사들 사이에서 미묘한 입장 차이가 감지된다. 자체 STO 플랫폼 구축 작업을 상당부분 진행시킨 증권사가 있는 반면 신사업에 선제적으로 뛰어들기보다는 일단 상황을 주시하려는 움직임도 많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대형 증권사는 현재 단계에서 공격적이고 선제적으로 신사업에 대비하는 것에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STO를 정식 허용하겠다고 발표, 지난 5일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토큰증권(ST)을 투자계약증권 형식으로 수용하고 발행과 유통 주체를 분리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에 조각투자의 경우 미술품이나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을 보유한 업체가 ST를 발행하고 증권사가 유통을 맡는 형태의 협업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비용이다. 증권업계는 STO 플랫폼을 완전히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최소 수십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사업의 밑바탕이 되는 가이드라인은 앞으로 계속 보완·발전될 것"이라며 "유·무형의 비용을 따져볼 때 아직은 상황을 주시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장외거래중개업을 신설해 ST를 유통할 수 있는 장외거래플랫폼을 활성화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개업 자격 요건이 까다로워 현재는 자격을 갖춘 회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장외 중개거래업자가 만들어지고 ST 거래 활성화하려면 최소 십 수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각투자와 장기투자의 흥행성 자체에 대한 회의감도 나온다. ST는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만큼 일반 주식과 비교해 변동성이 작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STO가 장래 미술품 조각투자 너머 더 넓은 영역으로 뻗어나갈 가능성 때문에 유망하다고 보는 것"이라며 "수익성이 가시화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컨센서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 증권사가 일단 조각투자나 블록체인 업체들과 협력 계약을 맺는 것은 STO가 장기적 관점에서 "혁신의 필수 도구"가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선점이라기 보다는 일단 상황 변화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STO 적용례가 무궁무진해질 것이고 전략적으로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증권업계·가상자산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STO 감독 방향에 대한 질의를 받고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후 관련 설명회도 개최하겠다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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