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비난하던 민주당의 금투세 고집…개미 "어이가 없네"
[강은성의 뉴스1픽] "부자감세라고? 양도세 회피 물량 모르고 하는 소린가"
거래세 인하, 오히려 외국계 증권사만 배불리는 일…거래세는 단타 억제 기능
- 강은성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지금 내 기분이 그래. 어이가 없네?"
천만영화 '베테랑'의 '명대사'입니다. 수많은 유명인들이 패러디를 해서 더 유명해졌죠.
동학개미들이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촛불을 들었습니다. 평일 오후 5시면 누가 보든 안보든 이들은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이들의 기분이 이렇다고 합니다. "어이가 없네."
개미를 열받게 한 민주당, 무슨 일 때문일까요?
민주당은 최근 채권시장의 혼란과 자금경색 상황에 대해 국민의힘 출신인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어이없는' 판단과 정부의 뒷북 대응 등을 매섭게 질책했습니다.
실제로 '레고랜드 사태'라 불리는 강원도발(發) 채권시장 혼란은 현재까지 국내 자금시장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습니다. 회사채는 거래 불능 상태에 빠졌고 채권 금리는 천문학적으로 치솟았습니다.
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20조원 규모 채권시장안정화펀드(채안펀드)를 포함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긴급 조성, 투입했고 민간 금융회사들도 96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최근엔 대형 9개 증권사들이 제2채안펀드도 조성해 중소형 증권사 유동성 위기 해결사로 나선 상황입니다.
민주당은 이 모든 사태의 원인으로 김진태 지사의 어설픈 행정을 지목하며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비록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는 하나 현 채권시장의 혼란을 보면 야당의 지적과 책임 추궁은 마땅하다 할 것입니다.
국가 경제를 위한 민주당의 이런 활동이 '일관성'이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또 다른 이슈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관해선 전문가나 업계, 개인투자자들이 모두 이해할 수 없는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금투세가 국회를 통과하던 2020년 말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천문학적인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국내 증시가 'V자' 반등을 그리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활성계좌수 기준 600만 수준이던 개인투자자는 2020년 말 1000만명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개인투자자 유입으로 국내 증시 거래대금은 평년의 2배 이상인 60조원 규모에 달했고 거래량도 치솟았습니다.
주식 거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해지니 '거래세'를 없애고 투자수익 5000만원 이상에만 '소득세'를 물리자는 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될 때 별다른 논쟁이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도 이 법안에 합의했습니다. 거래세는 2021년 기준 15조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금리 인상으로 증시가 급격히 얼어붙자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금투세 도입으로 증시 추가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정부는 지난 7월 낸 세법개정안에서 금투세 도입을 2년간 유예하고 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다수당이자 야당인 민주당은 '부자감세'라며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입니다.
민주당은 금투세를 도입하더라도 과세대상이 전체의 1%에 불과하며, 이 세금을 유예하자는 것은 부자감세라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이는 민주당이 알고도 모른척하는 '통계의 허점'이거나 혹은 진짜 현실을 모르는 '바보같은 판단'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A 기업의 경우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 단위로 지분을 투자하는 '수퍼개미'가 적지 않지만, 연말 주주명부를 확인해보면 해당 기업의 오너나 특수관계인을 제외하고 10억원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거의 없다"면서 "대부분 양도세를 회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매도했기 때문인데, 민주당이 잡은 1%라는 통계는 이 기준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5000만원 이상 소득에 투자세를 물린다면 세금 회피를 위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증시 하락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개미를 위해 '거래세'를 낮추겠다는 것 역시 개인투자자들은 달가워하지 않는 부분입니다.
개인투자자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의 정의정 대표는 "거래세는 인하할 것이 아니라 세수 확보 차원에서도 오히려 인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면서 "만약 거래세를 폐지한다면 '초단타' 중심인 외국계 증권사 등은 거래세 면제로 큰 이익을 보는 반면 개인은 기관의 단타 매도 물량으로 주가가 하락하며 손실을 보는 악재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의 금투세 강행 고집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자 이재명 당대표는 "현 시점에서 다시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 있다"며 제동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이 대표의 발언 이후에도 민주당은 최고위 회의, 정책위 간담회, 의원총회 등을 거치며 토론을 했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금투세 도입) 제도를 예정대로 도입하자는 의견과 여전히 실물시장이나 여러 시장이 다소 불안정하기 때문에 조금 유예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오늘은 결론을 내지 않았고 상임위 차원에서만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당 지도부 차원에서 제도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가급적 빠른 시일 내 방침을 정하는 것으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아직 '고집'을 꺾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유예보다는 일관되게 (금투세 도입을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기재위 간사로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기재위원 전원 결의에 충실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이, 아니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는 시점입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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