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급전 마련 더 어려워진다"…카드론 금리 상단 15% 훌쩍
7개 전업카드사 카드론 평균 금리 13.2%~15.16%
- 김정은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 지난 2020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집을 산 30대 직장인 A씨는 가파른 금리 인상에 매달 부담하는 이자가 2배로 불어났다. 고정된 수입에 갚아야 할 돈은 늘어 생활비가 부족해진 A씨는 카드론 등 신용대출을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A씨의 신용점수는 720점, 카드론으로 돈을 빌릴 경우 연 15%가량의 이자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중저신용자들의 대표 급전 마련용 대출인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있다. 카드사의 조달 비용이 늘어난 데다 금리 할인 등 마케팅도 줄면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이자가 껑충 뛴 것이다. 특히 일부 저신용자의 경우 카드론 금리가 이미 법정 최고금리인 20% 턱밑까지 오르면서 이들의 자금난이 더욱 심해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7개 전업카드사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평균 금리는 13.20%~15.16%로 집계됐다. 지난 9월 말과 비교하면 하단은 1.18%포인트(p), 상단은 0.74%p 올랐다. 올해 들어 직전 달 대비 카드론 평균 금리가 상승한 건 지난 8월 이후 두 번째다.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 상승이 카드론 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했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여전채를 발행해 돈을 끌어오는데, 조달 비용이 올라가면서 카드사들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전채(AA+) 3년물 금리는 지난 21일 기준 5.947%까지 상승했다. 지난 10월 21일엔 6.082%까지 치솟았고, 이달 7일(6.088%) 또다시 올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1월 3일(2.420%)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급등했다.
카드사들이 조정금리(우대금리+특별할인금리) 폭을 줄인 것도 카드론 평균 금리 상승 요인이 됐다. 카드사들은 올해 상반기 대출자산을 늘리기 위해 조정금리를 확대해왔다. 그 결과 상반기 7개 전업카드사의 평균 금리는 꾸준히 하락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를 보면 지난 1월 13.66%였던 평균 금리는 7월 12.87%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의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카드사들은 조달 비용 상승분을 상쇄시키기 위해 조정금리를 낮추기 시작했다. 지난 7월만 해도 7개 전업카드사의 평균 조정 금리는 1.66%였는데, 지난달엔 0.74%로 크게 줄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과 회사채 등 국내 자금시장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카드사들의 조달 비용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카드사들이 카드론 등 신용대출 운영을 보수적으로 하면서 조정 금리를 낮추는 등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결국 카드사들이 중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취급액부터 줄여나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저신용자들의 경우 이미 카드론 금리가 법정 최고 금리인 20%에 바짝 다가섰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 저신용자(7~10등급)에게 카드론 대출을 해주고 있는 카드사들의 금리 상단은 19.90%로 나타났다. 이미 신한카드와 하나카드는 7등급 이하 차주들에 대해선 카드론 신규 취급을 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워낙 업권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중저신용자들을 중심으로 취급액이 줄어들 확률이 높고, 고신용자들을 중심으로 취급액을 늘려갈 가능성이 있다"며 "카드론 수요는 줄어드는 한편 취급액은 쌓이고 있다는 건 결국 돈을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일 텐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신호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1derlan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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