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의 난' 이후 7년…'진흥' 없고 '규제'만[크립토 갈라파고스 한국]⑧

규제 법안만 시행…업계 '가상자산 산업 진흥 법안' 촉구
갈수록 강화된 규제에 업계 고사 위기…이달 출범 '가상자산위'에 기대

편집자주 ...'사기' 취급당하던 비트코인 값이 또 다시 1억원을 넘어섰다. 미국을 시작으로 각국이 가상자산 ETF를 속속 승인하고 있다. 법인과 기관투자자들도 가세해 시장 규모도 커졌다. 반면 한국은 규제 뿐이다. 진흥은 없다. 전 세계가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산업에서 새 먹거리를 찾고 있는 동안 당국은 "내 임기 동안은 어림없다"는 식으로 외면만 하고 있다. 그 사이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은 고사 위기다. 시세 차익을 쫓는 코인 투자자만 남았다. 한때 세계 1위 수준이던 한국이 가상자산(크립토) 시장의 '갈라파고스'로 전락했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18년 1월 1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법조기자단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2018.1.11/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커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나아가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1월 가상자산 열풍이 과열되자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이 긴급 발표한 규제 방침이다. 당시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때다. 이 때문에 발표 직후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 가격이 최대 30% 가량 폭락했고, 해당 발표는 이른바 '박상기의 난'으로 불리며 지금까지 가상자산 투자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박상기의 난'으로부터 약 7년이 흘렀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당시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거래소들을 폐쇄하지는 않았지만, 규제 법안이 도입된 이후 가상자산 거래소들 대부분이 폐업한 상태다.

2021년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하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사업자 신고를 마친 거래소들 중 지난달까지 영업을 종료하거나 중단한 거래소는 14개에 이른다. 특히 원화마켓 운영 요건인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코인마켓(코인과 코인 간 거래만 지원) 거래소들의 수가 3년 전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역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추가 규제 법안에 가깝다. 기존 사업자들이 지켜야 할 요건에 더불어 이상거래감지시스템 마련, 가상자산 보험 가입 등 준수해야 할 사항이 더 늘었다.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사실상 이용자보호법이 아닌, 가상자산 거래소 단속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거래소들만 어려운 것은 아니다. 가상자산공개(ICO) 금지,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금지 등 법제화되지 않은 이른바 '그림자 규제'가 있어 가상자산 분야 스타트업들은 모두 고사 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가상자산 커스터디 업체 관계자는 "법인은 가상자산 투자를 할 수 없다는 것도 사실 법에 정해져 있지는 않다"면서도 "그런데도 법인은 거래소에 계좌를 개설할 수조차 없으니 법인 투자 금지가 당연시되고, 주요 고객이 법인이어야 하는 커스터디 업체들도 힘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된 만큼, 그간 국회가 미뤄 온 '진흥 법안'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간 국회에서 가상자산 규제가 언급될 때마다 진흥 법안 역시 같이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으나, 아직까지 진전은 없다.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이달 초 출범함 '가상자산위원회'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규제 법안은 이미 마련돼 있는 만큼, 진흥 법안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질 거란 기대감에서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이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4일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가상자산위원회가 일정 부분 산업 진흥 역할도 해야 한다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가상자산위원회 위원들은 (산업을) 진흥하자는 분들, 또 (이용자) 보호를 조금 더 중시하는 분들을 균형 있게 구성하려 하고 있다"고 답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