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크립토 허브' 증명한 싱가포르…존재감 잃은 韓 기업

싱가포르 토큰 2049, 참가자 작년 대비 두 배 늘어…주제도 전 분야로 확대
타이틀 스폰서에 국내 프로젝트 없어…규제 강화 등으로 존재감 '뚝'

싱가포르 '토큰2049' 현장. 토큰2049 제공

(싱가포=뉴스1) 박현영 기자 = 세계 최대 규모 가상자산(암호화폐) 콘퍼런스 '토큰 2049'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2분기부터 시장이 하락세였음에도 '역대급' 인원이 모이면서 싱가포르가 '크립토 허브'임이 증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토큰 2049 주최 측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에서 열린 토큰 2049 행사에는 150개국에서 2만여명의 참가자가 참석했다.

참가자 수는 지난해 행사 대비 2배로 늘었다. 앞서 지난해 주최 측은 1만여명이 참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부스를 연 기업 수도 지난해 300여개에서 올해 377개로 증가했다.

◇"블록체인도 대중화돼야"…업계 종사자 공감대 확대

올해 토큰2049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기조 연설과 토론에서 블록체인 전 분야를 다뤘다는 것이다.

그동안 블록체인 업계는 해마다 가장 뜨는 트렌드가 있었다. 2020년은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2021년은 대체불가능토큰(NFT)이었으며 '테라 사태'와 'FTX 사태'로 규제가 심화된 2022~23년엔 전 세계 가상자산 규제가 이슈였다. 이는 유명 콘퍼런스의 기조 연설 및 토론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그러나 올해는 특별한 트렌드 없이 블록체인 전 분야를 망라해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기조 연설의 황금 시간대라고 할 수 있는 첫 날(18일) 오전 시간 메인 무대에서는 '크립토(가상자산) 업계의 달라진 환경', '웹3 업계가 주류가 되는 방법' 등 포괄적인 내용으로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또 행사가 열린 양일 내내 가상자산 규제, 레이어1 블록체인, 디파이, 웹3 애플리케이션, 인공지능(AI)과의 결합 등 다양한 주제로 세션이 마련됐다.

여러 세션에서 등장한 공통적인 의견은 블록체인 업계가 주류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대중의 선택을 받는 주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디파이, NFT 등 단순 키워드가 부상하는 것을 넘어 블록체인 기술과 서비스가 더 대중화돼야 한다는 데 업계의 공감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기조 연설을 맡은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도 "우리는 오픈소스, 탈중앙화 등 블록체인의 가치 자체는 유지함과 동시에 대중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며 블록체인이 대중화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했다.

◇줄어든 韓 기업 존재감…매년 있던 타이틀 스폰서도 없어

전시 부스가 길게 늘어 서 있는 토큰2049 현장.

참가자와 참가 기업 수가 모두 증가한데다, 블록체인 전 분야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행사가 진화했지만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은 눈에 띄게 줄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우리나라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이 가장 높은 단계의 스폰서인 '타이틀 스폰서'로 토큰 2049에 참가했다. 2022년엔 위메이드의 위믹스가, 2023년엔 넥슨의 블록체인 게임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가 타이틀 스폰서로 토큰 2049에 자리했다. 타이틀 스폰서는 큰 크기의 부스와 더불어 행사 기간 내내 프로젝트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올해는 타이틀 스폰서 중 국내 프로젝트는 찾아볼 수 없었다. 크레딧코인이 타이틀 스폰서 아래 단계인 플래티넘 스폰서로, 엠블이 가장 아래 단계인 실버 스폰서로 참여했을 뿐이다. 400여개 가까운 기업이 참가했음에도 국내 프로젝트는 두 프로젝트 외엔 없었다.

참가한 두 프로젝트도 창업자는 한국인이지만 주요 타깃 시장이 각각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다. 한국 시장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들은 아니다.

이에 그간 국내 규제 강화 등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한국 블록체인 기업들의 존재감이 크게 줄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 열기는 여전히 세계 3위권이지만, 정작 국내 기업들의 성장은 막혔다는 지적이다.

이번 토큰 2049에 참석한 국내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이번 행사에 온 한국인은 정말 많은데, 이제는 해외 프로젝트에서 아시아 담당자 등으로 근무하는 한국인이 대다수인 것 같다"며 "기업 단위 참가자 중에선 한국 프로젝트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