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메이킹(MM) 금지국'서 버젓이 홍보행사 연 글로벌 MM 업체[기자의눈]

DWF랩스 로고.
DWF랩스 로고.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이 자리에 유동성 공급이 필요한 코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아래 연락처로 연락 주세요".

지난 2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카이아 스퀘어 라운지'에서 발표를 맡은 링링 장(Lingling Jiang) DWF랩스 비즈니스 파트너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이같이 말했다.

DWF랩스는 '제 2의 알라메다리서치'로 불리는 글로벌 마켓메이킹(MM) 업체다. 알라메다 리서치는 파산한 거래소 FTX의 관계사로, FTX 파산 전 가상자산 시장에서 대규모 투자사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알라메다리서치가 업계에서 사라진 현재, 그 자리는 '신흥강자' DWF랩스가 채우고 있다. 알라메다리서치가 투자했다는 소식에 솔라나(SOL), 세럼(SRM) 등 코인의 가격이 크게 올랐던 것처럼 최근에는 DWF랩스의 투자를 받은 코인들의 가격이 일제히 오르고 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 최대 '큰 손'인 셈이다.

이런 DWF랩스가 올해는 한국을 찾았다. 해외 가상자산·블록체인 업체가 일제히 한국을 찾는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 기간 동안 DWF랩스는 '네카오 코인' 카이아와 함께 행사를 주최했다.

행사에서 DWF랩스는 부스까지 마련해 가며 자사의 'MM 솔루션'을 홍보했다. 특정 가상자산의 거래가 끊기지 않게 유동성을 공급하고, 가격도 급락하지 않도록 어느 정도 방어해주는 방식이다. 이날 DWF랩스 측은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니즈에 맞게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한국이 'MM 금지국'이라는 점이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에 따라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시세조종은 물론 단순 유동성 공급을 위한 MM도 전면 금지됐다. 주식 시장에선 예외적으로 유동성 공급을 허용해주는 시장 조성자 제도가 있지만, 가상자산 시장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MM 금지국'에서 'MM 솔루션'을 홍보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뉴스1>은 DWF랩스와 인터뷰를 잡았다. 사전 질문지를 보내달라는 요청에 'MM이 금지된 한국에서 어떻게 사업을 할 계획인지'라는 질문을 넣었더니 DWF랩스는 돌연 인터뷰 자체를 취소했다.

한국에서 영업 활동을 하는 업체에 한국 내 사업 계획을 묻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사업 계획에 컴플라이언스(법률 준수)와 관련한 사항이 포함되는 것도 당연하다. 이 질문 때문에 인터뷰 자체를 취소했다는 것은 한국에서 영업은 지속하고 싶으면서 한국 법률에 관한 부분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이날 발표에서도 DWF랩스는 MM 솔루션을 소개하기만 할뿐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부분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DWF랩스가 한국을 '설거지용 시장'으로 여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기 직전까지 국내 시장에서는 이른바 '콜옵션'으로 불리는 신종 MM 수법이 성행했고, 그 MM을 맡은 업체 중 하나가 DWF랩스라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 시행 이후 MM이 전면 금지된 지금까지 MM 솔루션을 홍보한다면, 투기를 일으켜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른바 '설거지'에 한국 시장을 활용하는 셈이다.

매년 수많은 해외 블록체인 업체들이 한국을 찾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 대한 리서치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업체들까지 큰 행사를 열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한국 규제를 준수할 생각이 없는 업체와 행사를 연 게 'K-블록체인'을 자처한 카이아라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해외 업체와의 협업은 당연하나, 한국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업체와의 협업까지 감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성숙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