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보다 높은 수익률도 옛말…잠잠한 알트코인 시장
지난 '불장'과 달리 알트코인으로 자산 수급 이뤄지지 않아
이더리움 현물 ETF 불확실성·VC 토큰 언락·킬러앱 부재도 악영향
- 김지현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알트코인 시장의 분위기가 잠잠하다. 비트코인 대비 변동성이 커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던 알트코인도 원활하지 않은 자산 수급과 비트코인의 지배력에 눌려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12일 가상자산 리서치 플랫폼 쟁글에 따르면 지난달 코인마켓캡 기준, 시가총액 상위 20위권에 위치한 알트코인 중 비트코인 대비 수익률이 뛰어난 알트코인은 단 6개(30%)에 불과하다.
지난달 비트코인 가격은 10.52% 하락한 바 있는데, 비트코인 대비 시가총액 상위권에 속한 대부분의 알트코인 하락세가 더 뚜렷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알트코인의 부진은 단순히 최근의 일은 아니다. 지난 1년을 기준으로 봐도 비트코인 대비 더 큰 수익률을 보인 시가총액 20위권 내 알트코인은 7개(35%)다.
대부분의 가상자산이 상승세를 탔던 지난 2021년과 2022년 대비 올해에는 이더리움을 비롯해 대부분의 알트코인은 지난 '불장' 때의 가격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올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비트코인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 지난 불장과 다른 분위기…"비트코인으로 모인 돈, 알트코인으로 흐르지 않아"
이 같은 알트코인의 부진은 상승을 이끌만한 소재가 부재한 데다 알트코인 시장으로 자산 수급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돈이 몰리면 이 중 일부 자금이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한 알트코인 시장으로 들어왔고 이후 알트코인 가격이 상승세를 띠곤 했다.
그러나 유명 가상자산 애널리스트 더플로우홀스는 최근 알트코인 시장 상황과 관련해 "뚜렷한 리테일 유입세는 관측되지 않는다"며 "향후 수개월 가격 변동이 둔화할 수 있다"라고 짚었다.
알트코인으로의 자산 수급이 진행되지 않는 것에는 가상자산 시장이 여전히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데다 알트코인의 대장으로 분류되는 이더리움의 현물 ETF 승인에 대한 불확실성이 주요 원인으로 분류된다.
장경필 쟁글 리서치센터장은 우선 "부정적인 매크로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유동성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현재 투자 시장의 매수 사이드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주체는 기관 투자자"라고 말했다.
앞서 더플로우홀스 애널리스트와 같이 현재 가상자산 시장이 알트코인 투자를 선호하는 개인 투자자로부터의 유입세보다는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시각이다.
장 센터장은 이어 "기관이 비트코인 투자로 얻은 수익 실현을 위해 매도한 자금이 규제 불확실성이 높은 알트코인 쪽으로 옮겨가는 것은 어렵다"며 "최근에는 개인 투자자까지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쏠림 현상'이 있다 보니 알트코인 상승에 제한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불확실성, 알트코인 상승에 제한"
게다가 미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벤처케피털(VC)들의 토큰 언락(Unlock) 등 여전히 알트코인의 상승 여력을 짓누르는 요소들이 여럿 존재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 센터장은 이더리움의 현물 ETF의 불확실성과 관련해 "알트코인 대부분이 이더리움에서 파생된 형태의 프로젝트"라며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불확실성이 알트코인의 제한적인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알트코인의 경우 비트코인과 달리 규제에 더욱 취약한 상황입니다. 비트코인은 현물 ETF를 통해 어느 정도 금융자산으로서의 입지를 인정받았다면, 알트코인은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가 연기되면서 이에 대한 평가도 지연되어 수혜를 입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오는 23일(현지시간) 아크인베스트-21쉐어스의 이더리움 현물 ETF의 최종 승인 결정 기한을 앞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더리움 현물 ETF의 이달 승인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최근 SEC가 이더리움 기반 가상자산 지갑 '메타마스크'의 개발사 컨센시스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에 증권법 위반을 이유로 웰스노티스를 통보한 것도 5월 승인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 "VC들의 토큰 언락과 '킬러 앱' 부재도 알트코인 부진에 영향"
이외에도 앞서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에 투자를 진행했던 VC들의 토큰 언락도 코인 가격 상승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가상자산 애널리스트는 "이익만 추구하는 일부 가상자산 벤처캐피털은 되려 가상자산 지속성과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만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VC의 알트코인 시장 유입은 유동성 제공이라는 이점을 제공하지만 대규모 토큰 언락 등 장기적으로는 토큰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트렌드의 주요 문제 중 하나는 토큰 발행 초기에 완전희석시가총액(FDV)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서 토큰 언락 일정에 맞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센터장도 "알트코인 섹터의 상승이 부진한 가운데 VC 토큰 언락 이슈는 알트코인 시장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라며 "비트코인의 경우도 마운트곡스 보상 물량 출하 여부에 따라 가격 등락이 있었던 것처럼 시총이 작은 알트코인의 경우 관련된 물량 언락 이슈에 더욱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나아가 장 센터장은 최근 시장에는 비트코인 외 시장을 이끌만한 알트코인 중심의 프로젝트가 부족하다는 점도 부진의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지난 2021년과 2022년, 탈중앙화금융(디파이)와 대체불가토큰(NFT)가 시장을 이끌었다면 최근에는 이같이 시장을 이끌만한 '킬러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디앱)'이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알트코인의 경우 새로운 인프라 혹은 앱의 성격이 강한데 과거 디파이, NFT 붐이 발생했을 때 대비 새로운 앱의 등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비트코인 대비) 알트코인이 상대적인 약세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라며 "새로운 산업의 경우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 중요한데 이를 보여주는 서비스가 현재 부재한 점이 비트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의 상대적 약세의 원인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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