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결국 '솜방망이' 한국행…"가상자산 증권성 인정되기 어려워"
국내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 기준 '전무'…금융당국 기준 마련도 무기한 연기
소액 개인 투자자 많은 루나, 사기죄 입증도 관건…'솜방망이' 처벌 우려
- 박현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한국행이 확정됐다. 권 씨가 한국에서 받게 될 재판의 주요 쟁점은 그의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가 될 전망이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면 가상자산 루나(LUNA)가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으로 인정돼야 한다. 하지만 가상자산 업계 및 법조계에서는 증권성이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피해자가 20만 명 이상임에도 불구, 권 씨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한국 송환을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판단을 확정했다. 앞서 이달 초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기존의 '미국행' 결정을 뒤집고 권 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한 바 있다.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이 미국보다 먼저 도착했다는 게 판단 근거다.
이에 따라 권 씨는 그가 원하던 한국행을 확정짓게 됐다. 이르면 이번 주말(23·24일)에 한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 검찰은 권 씨에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부정거래, 공모규제 위반, 무인가영업)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배임, 횡령) △특정금융거래정보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유사수신법 위반 △배임증재 및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한 바 있다.
그중에서도 주요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자본시장법상 처벌이 어려워질 경우 형량은 훨씬 가벼워진다.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려면 가상자산 루나가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가상자산 업계 및 법조계 모두 루나의 증권성이 입증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검찰은 신현성 포트원글로벌 공동대표 등 테라 관계자들의 공판준비기일 당시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인정한 미국 판례를 증거로 제출했다. 미국 연방법원은 지난해 12월 테라의 스테이블코인인 UST와 루나를 '미등록 증권'이라고 본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증권성 판단 기준인 '하위테스트(Howey Test)'보다 국내의 증권성 판단 기준이 더 좁은 편이다. 미국에서 증권이라는 판결이 나왔다는 이유로 국내 법상으로도 증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전무한 상태다. 앞선 가상자산 '피카코인' 재판에서도 증권성이 쟁점이 됐지만, 검찰도 피카 코인 자체가 아닌 코인 투자자들에게 발행한 '보증서'만 증권에 해당한다고 봤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 지원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바 있지만 테라·루나, 위믹스 등 가상자산 관련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증권성 기준 마련은 무기한 미뤄졌다.
남완우 전주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자본시장법을 가상자산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루나의 증권성 입증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또 루나의 증권성을 인정하면 우리나라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다른 알트코인들도 문제가 될 여지가 많아서 (재판부도)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상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면 사실상 특경법상 사기로만 죄를 물어야 하는데, 특경법상 사기는 이득액이 한 피해자당 50억 원 이상일 경우에만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선고가 가능하다. '루나'는 소액만 투자한 개인 투자자가 많은 가상자산으로, 이 조건에 해당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또 사기죄를 적용하려면 권 씨가 고의로 피해자를 일일이 속인 것이 인정돼야 한다. 하지만 루나는 피해자가 매우 많은 데다, 일반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돼 누구나 거래할 수 있는 코인이었으므로 이 점 역시 인정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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