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사법 리스크 떨친 빗썸, IPO 속도내나…'수수료 무료' 딜레마
작년 4분기부터 매출 없이 적자 폭 확대
상장 요건 충족하려면 '수수료 무료' 종료해야…끌어올린 점유율은 긍정적
- 박현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1110억원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면서 빗썸이 준비 중인 기업공개(IPO)와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 신고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단, IPO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현재 실시하고 있는 '수수료 무료' 정책은 올해 2-3분기 경 종료할 가능성이 높다. 코스닥 상장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선 올해 매출액 100억원을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빗썸은 매년 수천억원대 매출을 달성해온 기업이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는 수수료 무료 정책으로 매출이 거의 없는 상태다. 현재 빗썸은 2025년 하반기를 목표로 IPO를 추진 중이다.
◇이정훈 2심도 무죄…IPO 속도?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는 지난 1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의장 2심에서 검사 항소를 기각했다.
이 전 의장은 지난 2018년 10월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과 4000억원대 빗썸 인수 계약을 체결할 당시, 'BXA토큰'을 상장하겠다며 계약금 명목으로 110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2021년 7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계획적으로 기망하려고 한 사실은 없다는 1심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사가 말한 일부 과장된 진술이나 코인 상장 정보의 비대칭성 등 민사상 책임 여부는 문제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형사상 사기죄로 평가받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간 빗썸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이 전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빗썸이 오는 2025년 하반기를 목표로 추진 중인 IPO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전 의장이 지주사인 빗썸홀딩스 등기이사에 다시 이름을 올리며 경영에 복귀하기도 했다.
또 오는 10월로 예정된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 신고도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사업자 심사 시 대주주 범죄 어력 등을 확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빗썸의 사법 리스크가 문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무죄 선고로 이 같은 리스크에서도 벗어났다.
◇IPO 요건 충족하려면 '수수료 무료' 없애야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난 만큼, 빗썸은 예정대로 IPO를 추진할 전망이다. 문제는 요건 충족이다.
코스닥 상장 요건에 따르면 상장을 원하는 기업은 자기자본이익률(ROE) 요건에서 △최근 사업연도 말 ROE 10% 이상 △최근 사업연도 당기순이익 20억원 이상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 100억원 이상·기준시가총액 300억원 이상 등 세 가지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빗썸은 지난해 2분기부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4분기부터는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 적자 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즉, 순손실을 기록할 것이 예정돼 있으므로 수수료 무료 정책을 올해도 쭉 시행한다면 당기순이익 요건은 충족할 수 없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뚜껑을 열어봐야 하지만 당기순이익이 줄면 ROE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빗썸의 2022년 기준 ROE는 8.06%로, 이미 10% 조건에 못 미친 바 있다.
따라서 빗썸이 내년 하반기 IPO에 성공하려면 직전연도인 올해 매출액 100억원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빗썸은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한 지난해 4분기부터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빗썸의 2022년 매출액은 무려 3200억원에 달했지만, 99.9% 이상이 수수료 매출이다. 수수료 외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즉, 올해도 수수료 무료를 이어간다면 매출 또한 '제로(0)'에 가까운 셈이다. 매출액 100억원 요건을 충족하려면 늦어도 올해 3분기에는 수수료 무료 정책을 종료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 수수료 무료 정책을 통해 끌어올린 시장점유율은 IPO에 긍정적이다. 빗썸은 지난달부터 점유율 30%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또 최근에는 신규 순입금액으로 거래한 고객에게 거래금액의 연 10%를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이벤트까지 시행하며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벤트 참여를 위해 빗썸에 원화를 입금하는 고객이 많아지면 고객 원화 예치금이 예수부채로 자산에 포함되므로 자산 규모도 증가한다.
빗썸 관계자는 이번 사법 리스크 해소 및 IPO와 관련해 "이번 판결이 그동안의 오해가 해소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건전한 시장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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