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갈아타기' D-2…은행 '지키기' vs 증권사 '뺏기' 쟁탈전

'퇴직연금 적립금 과반' 은행들, 안정성 강조하며 '고객 지키기'
'금융업권 수익률 1위' 증권사, 신규 고객 유치 위한 각종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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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현 박승희 기자 = 퇴직연금 실물(현물)이전 제도가 오는 3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400조 원의 '머니무브'가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권의 치열한 일전이 점쳐지고 있다. 현재 적립금 기준으로 퇴직연금 시장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은행권은 '기존 고객 지키기'에, 증권사들은 높은 수익률 등을 내세워 '실물이전 고객 유치'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오는 3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실물이전 제도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기존에 투자하고 있던 상품을 매도나 해지하지 않고 은행·증권·보험사 등 다른 금융회사로 변경할 있는 서비스다. 해지에 따른 손실 부담 등이 없어지는 만큼 더욱 손쉽게 '퇴직연금 사업자 갈아타기'가 가능해진다.

정부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시행으로 사업자간 경쟁이 촉발되면서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수익률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전체 퇴직연금 사업자 적립금은 400조 793억 원이다.

이중 은행의 적립금이 210조 2811억 원으로 전체의 과반(52.56%)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신한·KB국민·하나·IBK기업·우리·NH농협 등 상위 6개 은행의 적립액이 192조 7077억 원으로, 은행권 퇴직연금의 91.6%가 몰려 있다.

증권사와 보험사의 적립금은 각각 96조 5328억 원(24.13%), 93조 2654억 원(23.31%)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43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오는 2026년 말엔 500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업계에선 이번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을 앞두고 업권별 치열한 혈투가 전망되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 시장의 과반을 점하고 있는 은행과 점유율 확대를 꾀하는 증권사간 쟁탈전에 관심이 쏠린다.

실제 은행들은 기존 고객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증권사들은 고객들을 유인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는 분위기다.

증권사들은 높은 수익률을 앞세워 적극적인 투자를 원하는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업권별 퇴직연금 연간수익률은 보면, 증권이 7.11%로 가장 높았고, 은행(4.87%), 손해보험(4.63%), 생명보험(4.37%) 등이 뒤를 이었다.

은행·보험업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90% 이상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투자되고 있는 반면, 증권사 적립금은 원리금보장형의 비중이 약 70%로 비교적 낮다. 주식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 등 적극적인 투자 성향을 갖고 있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증권사에 많다는 의미다.

이에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증권사들은 상담예약시 사은품을 주는 등 사전예약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고객 유치전에 뛰어든 상태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와 상장지수펀드(ETF) 적립식 자동투자 등을 내세워 투자 편의성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은행과 보험 쪽 가입자를 유치하려는 입장이니까 각 증권사들이 공격적으로 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각종 이벤트는 물론 퇴직연금 관련 수익률과 서비스 편의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서 은행들은 '안정성'을 무기로 고객 지키기에 올인하고 있다. 또한 최근 퇴직연금 취급 상품 개수를 늘리며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수익률 면에서도 증권사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358개인 펀드 상품을 413개로 늘리고, ETF 상품 역시 기존(131개)보다 46개 늘린 177개로 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은 3분기 기준 IRP 수익률(실적배당상품)이 14.61%를 기록해 은행권 전체에서 가장 높았다고 밝혔고, IBK기업은행은 3분기 기준 원리금보장형 IRP 운용수익률이 3.49%로 6대 은행 중 1위라고 강조했다. 하나은행도 지난 3분기 말 기준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최근 1년간 운용 수익률 부문에서 6분기 연속 시중은행 중 1위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고객들의 '디폴트옵션 전환'에도 안간힘을 쏟고 있다. 금융사가 고객의 별도 지시 없이 자동으로 운용하는 디폴트옵션 상품은 퇴직연금 갈아타기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들은 디폴트옵션 전환 등록 고객을 대상으로 커피 및 치킨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실물이전시 증권사와 치열한 수익률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추천펀드, 추천ETF, 관심펀드 등록 등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확장과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