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폭 한풀 꺾였지만…은행, 금리인상 릴레이 재개

5대 은행 연이어 금리 인상…"막을 방법이 없다"
금융당국 '자율규제'로 선회…"은행들의 몫"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2024.9.1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정부의 가계대출 옥죄기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였지만 은행들은 연이어 대출금리를 인상하며 대출 막아서기에 나서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이달 초 연이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를 인상할 계획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연이어 대출금리 인상에 나선 것에는 가계대출 증가폭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가계대출 관리를 은행의 '자율'에 맡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기조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5대 은행 가계대출 금리 인상 릴레이 재시작

먼저 지난달 25일 신한은행은 오는 4일부터 주담대 고정형 상품에 적용되던 우대금리 0.1%포인트(p)를 삭제하기로 했다. 또 주담대 변동형 상품은 0.2%p, 전세대출은 상품에 따라 0.1~0.45%p, 주담대 생활안정자금 상품은 0.1~0.2%p씩 금리를 인상하기로 했다.

이어 우리은행도 26일 오는 2일부터 주택담보대출(갈아타기 포함) 변동형 금리를 0.15~0.2%p, 고정형 금리를 0.2%p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지난달 30일 국민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도 줄줄이 금리 인상계획을 발표했다. 국민은행은 이달 4일부터 주담대를 비롯해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금리를 0.15~0.25%p 인상한다.

농협은행의 경우 기존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모바일아파트대출2.0' 상품을 'NH모바일주택담보대출'로 변경하며 대출 조건을 바꿨다. 특히 비대면 주담대 대환 시 우대금리는 0.5%p, 신규 대출 우대금리는 0.3%p 축소하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1일부터 비대면 주력 상품인 하나원큐전세대출은 0.20%p, 오프라인으로 판매되는 전세대출상품의 감면금리를 최대 0.50%p 축소하기로 했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추가 인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20일 경기 수원시의 한 은행에 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국민은행은 오늘(20일)부터, 신한은행은 내일(21일)부터, 하나은행은 오는 22일부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릴 예정이다. 2024.8.20/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가계대출 증가폭은 줄었지만…여전히 '빨간불'

지난달 27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총합은 729조 6187억 원으로 지난 8월 말 대비 한 달여 만에 4조2545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총액은 4월 말부터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하다가 지난달에는 9조 6259억 원 늘며 급증했다.

이달에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과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은행들의 가계대출 대책, 길었던 추석 연휴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 증가폭이 대폭 줄어들었다.

주담대의 경우에도 8월 말에 견줘 4조 7578억 원 늘어났다. 전달 증가액 8조 9115억 원과 비교했을 때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증세가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은행들로서는 경고 등이 꺼진 것은 아니다.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달 21일 기준 국내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연초 설정한 경영계획 대비 106.1%를 기록했다. 이미 연간계획을 초과한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여러 대책들을 내놓았지만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여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특단의 조치를 했음에도 최근 들어 주담대 신청량이 늘어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결국 대출을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리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가격) 정책을 내놓아도 반영이 되는데 시간이 걸린다"라며 "금리밖에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금리를 올린 것에는 예고된 기준금리 인하와 이를 선반영한 시장금리 인하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 기준금리 이하 기대로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신호로 대출이 늘어나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하는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괸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4.9.1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금융당국 기조 변화 "은행 자율에 맡겨야"

마지막으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대응 기조가 변화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8월 5대 은행들은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22차례에 걸쳐 주담대 금리를 올리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5일 방송에 출현해 은행들이 별다른 고민 없이 쉬운방법인 가격(금리)을 통해 대출을 관리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이 원장은 은행들이 금리 인상 대해 비판하며 '시장개입'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6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가계대출 관리를 은행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자 입장을 선회했다.

이후 이 원장은 지난 10일 열린 국내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가계대출 대응을 위한 은행들의 '자율적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전에 자신의 발언이 시장에 혼란을 준 것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최근 은행들이 다시 가계대출 금리를 연이어 올린 것에 대해 "은행들이 금리를 올린 것에 대해 금감원이 건건이 뭐라 할 것은 아니다"라며 "은행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