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만기 축소에 쪼그라든 대출한도…"결국 퇴직금 당겨써요" 한숨

원리금 늘며 한도는 줄어…예고없는 조치에 차주들 당황
스트레스 DSR, 금리 인상 더해지며 축소 효과 커져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밀집지역. 2024.9.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결국 퇴직금을 당겨쓰기로 했습니다."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오는 10월 말 아파트 매매 잔금을 치러야 하는 직장인 A 씨(38)는 요즘 한숨이 늘었다. 최근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축소하면서 대출 한도가 갑자기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A 씨는 줄어든 4000만원 정도의 대출 한도액을 메꾸기 위해 회사에 퇴직금 중간정산을 신청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은행들은 연이어 주담대 만기를 축소하면서 대출을 준비하고 있던 예비 차주들의 예상 한도가 줄어드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대출 만기가 줄어들 때 한도가 줄어드는 것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때문이다. DSR 규제는 연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을 제한하는 제도다. 만기가 줄어들어 매월 내야 하는 원리금이 많아지면 DSR 규제 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예를 들어 연 소득 5000만 원인 차주가 연이율 3.85% 주담대를 받는 경우 만기가 40년이라면 한도는 4억 780만 원(DSR 40% 적용)이지만 30년으로 축소되면 한도는 3억 5551만 원으로 5200만 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최근 한달 사이 주담대 만기를 축소한 은행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카카오뱅크 등이다. 추후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되면 참가하는 은행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은행권의 만기 축소가 아무런 예고 없이 시행돼 차주들에게는 이를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A 씨는 정부가 스트레스 DSR을 확대 시행할 것까지 대비해 대출 계획을 세웠지만 예고 없는 한도 축소에 계획이 흐트러지게 됐다.

A 씨는 "계약 뒤 자금조달계획서를 내고서도 문제가 없었는데 만기가 축소되면서 갑자기 한도가 줄어들게 됐다"라며 "별의별 생각을 다해보다 계약을 파기할 수는 없어서 퇴직금을 당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A 씨는 직장 등 조건을 고려해 최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은행을 결정한 것이라 현재도 40년 만기 상품을 취급하는 다른 은행으로 대출을 알아보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9월 스트레스 DSR를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스트레스 금리를 상향하더라도 실수요자의 불편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대출 옥죄기로 은행들이 연이어 대출 금리를 인상한 것에 더해 주담대 만기까지 줄이면서 한도 축소로 차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만기가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소득이 DSR 40%에 충족되는 분들에게는 큰 영향이 없다"라며 "(만기 축소로 한도가 주는 것은) 시장 환경이 바뀐 것이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