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가계대출…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경제성장률 넘나

8월까지 30조 늘어 증가율 4.3%
"은행권 연간 가계대출 목표치 초과"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를 시민이 이용하고 있다. 2024.3.1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국내 주요 은행의 가계부채 증가율이 정부가 목표치로 설정한 명목 경제성장률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은행들은 금리 인상 등 공격적인 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3일 기준 722조 2073억으로 지난해 연말 대비 29조 7978억 원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증가율로 보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4.3% 늘어나 정부의 가계대출 목표치인 명목 경제성장률 4.0%~4.5%에 도달했다. 증가세가 지속되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정부 목표치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같은기간 36조 6750억 원(6.9%) 늘어나며 전체 가계대출보다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은 지난 2022년 줄곧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5월 정부의 대환대출플랫폼 서비스 출시 이후 쏠림 현상으로 인해 반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3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 이후 대출 증가세가 주춤했지만 한 달 만에 반전해 매달 4조 원 이상 늘어나고 있다.

특히 스트레스 DSR 도입이 9월로 연기된 지난 7월 가계대출은 7조 원 이상 증가했으며 8월에도 비슷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출 규제가 확대되기 전에 '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들은 매년 자산 성장 계획을 설정하는데 기본적으로 경제 성장률 내에서 이를 설정한다. 5대 은행은 가계대출 목표치에 근접함에 따라 부랴부랴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5대 은행은 7월 이후에만 20여 차례 걸쳐서 대출 금리를 인상했으며 다주택 구입 목적 대출을 중단하는 등 비가격 대책도 차례로 발표하고 있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격하게 증가하자 금융당국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8월 달에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 긴장을 하고 있다"며 증가세가 예상치를 벗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이 연말 연초에 경영계획을 짜는데 가계대출관련 부분에서 계획보다 실적이 훨씬 뛰어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4대 은행(국민·하나·신한·우리)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연간 경영 계획 대비 150.3%인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권 전체로 놓고 봐도 106.1%로 경영 계획을 초과했다. 한 은행은 계획 대비 376% 급증하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은 계속 분할 상환 구조로 빠지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목표를 지키지 않을까 싶다"라며 금융당국에서도 제한을 하고 있어 목표를 넘기는 은행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