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연임 직후 급증한 친인척 대출…"몰랐다"는 손태승 '개입' 여부 핵심

손태승, 2020년 3월 지주 회장 연임…같은해 4월초부터 친인척 부당대출 실행
같은 달 금감원 징계 취소소송 제기…검찰 등 수사기관 조만간 수사개시 전망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2022.12.2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김근욱 기자 = 우리은행의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의 파문이 지속되고 있다. 손 전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관련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금융당국 등에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검찰에 관련 사실을 통보한다는 방침인 만큼 조만간 수사가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에선 친인척의 부당대출 과정에서 손 전 회장의 인지 및 개입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친인척 관련 20개 업체, 42건 걸쳐 616억원 대출 실행…198억원 규모 연체·부실

14일 금감원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20개 업체, 42건에 걸쳐 616억 원에 달하는 대출을 실행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8건, 350억 원 규모가 특혜성 부당대출 혐의를 받고 있다.

차주들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 회사의 전·현직 대표로 있거나 대주주로 등재돼 있는 회사였다. 원리금 대납 등 자금거래가 있는 업체도 포함됐다.

지난 9일 기준 대출잔액은 총 303억 원(16개 업체, 25건)이며, 그중 198억 원(11개 업체, 17건)이 단기(1개월 미만) 연체이거나 부실화된 상태다. 담보가용가 등을 감안시 실제 손실예상액은 82억~158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는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해당 대출의 대부분은 2020년 4월~2023년 초에 취급됐으며, 2023년 하반기 이후 올해 1월까지 취급된 여신은 기존 거래업체에 대한 추가여신이거나 담보부 여신이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왼쪽)가 지난 2022년 8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손태승 당시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고발하기 앞서 고발 취지를 밝히고 있는 모습. 경제민주주의21은 이날 "그동안 기업이 총수의 변호사비를 '대납'한 사건들이 공공연히 발생해 왔다"면서 "우리은행, 우리금융지주는 의혹 해소를 위해 금융감독원 문책경고 취소소송 경비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2022.8.2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2020년 3월 지주 회장직 연임 성공 직후부터 친인척 대출 급증 시작

주목할 만한 점은 해당 친인척에 대한 우리은행의 대출이 지난 2020년 3월 손 전 회장이 은행장-지주 회장 겸직 체제를 마무리짓고 지주 회장직을 연임한 직후부터 급증했다는 것이다.

손 전 회장이 지주 회장에 취임하기 전엔 해당 친인척 관련 차주 대출은 4억 5000만 원(5건)에 불과했다.

지난 2017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손 전 회장은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가 다시 출범하면서 지주 회장과 은행장직을 겸임했다.

손 전 회장은 지난 2020년 2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부실판매 사태로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받으면서 사퇴 기로에 몰렸지만, 겸직 체제를 끝내는 우여곡절 속에 회장직 연임에 성공했다.

손 전 회장은 같은 달 금감원의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징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일각에선 손 전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 증가 시점과 소송 제기 시점이 맞물린다는 점에서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손 전 회장이 당시 소송에 법무법인 화우와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대형 로펌을 선임해 대응한 만큼 상당한 비용이 들었을 것이라는 추정에서다.

당시 일부 시민단체에선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의 행정소송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우리은행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일축했다. 우리은행 측은 손 전 회장 개인이 직접 법무법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사비로 소송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해명했었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모습. 2024.6.1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작동하지 않은 내부 감시·견제 장치…우리은행 "허점 이용한 여신 취급"

또 다른 의문은 손 전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이 크게 늘어나는 과정에서 전혀 내부감시나 견제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영업점장의 여신 경력·부실율 등을 감안해 여신 레벨을 부여, 전결권을 제한하고 전결금액 초과시 심사부서의 승인을 통해 여신을 취급하고 있다. 여신감리부 리뷰 등 내부감시 및 통제 장치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해당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에는 이같은 내부감시나 통제 장치가 전혀 작동되지 못한 셈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이번 사안이 "여신심사나 감리 프로세스상 일부 허점을 이용한 여신 취급 사례"라며 "차주의 위조서류 제출, 영업점장 전결 대출에 대한 내부통제가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또 고위 임직원 친인척 대출 취급시 사전 인지 가능 여부에 대해 "해당 친인척이 전·현직 대표 또는 대주주로 등재된 업체로 확인된 사유는 대출 취급 후 사후 점검과정에서 원리금 대납 및 자금거래 등이 밝혀진 경우"라며 "특정인에 의한 지배관계를 대출 취급 전 파악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률적 사유로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수사기관 통보 방침…손태승 인지 및 개입 여부가 수사 핵심

금감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수사기관에 통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우리은행은 지난 9일 '사문서 위조 및 배임' 등 관련인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이에 따라 조만간 이번 사태에 대한 검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가 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의 핵심은 친인척의 부당대출 사실을 손 전 회장이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와 그 시점, 직·간접적인 관여 여부 및 정도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손 전 회장은 자신의 관여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안을 언론 보도로 처음 접했다면서 친인척 관련 대출에 여신 담당 임원 등에게 직접 지시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우리은행도 자체 검사 및 금감원 수시검사 대응 과정에서도 대출 실행을 주도한 A 전 본부장 외에 다른 상급자의 부당한 여신 취급 개입은 구체적으로 확인한 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은행 내부에선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은행 임원 출신인 업계 관계자는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문제는 손 전 회장이 은행장 재임시인지, 지주 회장 재임시인지 시점은 불분명하지만 조직내에서 공공연한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손 전 회장이 이번 사안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그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손 전 회장이) 방조하고 후원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지적했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