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퇴출도 불사"…당국엄포에 충당금 늘린 4대 금융지주 9조 쌓아
4대 금융, 충당금 전입액 전년 대비 70.6% 증가
- 공준호 기자
(서울=뉴스1) 공준호 기자 = 4대 금융지주들은 올해 대출 부실화 등에 대비, 위기대응을 위해 지난해 총 9조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았다.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정리 과정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충당금을 충분히 쌓으라는 금융당국의 강한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12일 KB금융(105560)·신한금융(055550)·하나금융(086790)·우리금융(316140) 등 4대 금융지주에 따르면 이들의 지난해 충당금 전입액은 총 8조9931억원으로, 전년 5조2714억원 대비 70.6% 증가했다. 충당금은 예상되는 부실에 앞서 미리 설정하는 부채계정으로, 이를 새로 인식할 때는 비용으로 처리한다.
KB금융은 지난해 3조1464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이는 전년 대비 70.3% 늘어난 수준이다. 신한금융은 전년 대비 70.8% 늘어난 2조2512억원, 하나금융은 41% 증가한 1조7148억원을 각각 충당금으로 설정했다. 우리금융의 충당금은 전년 대비 112.4% 늘어난 1조8807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금융권이 PF 등에서 예상되는 손실을 미루는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히면서 충당금을 대폭 늘린 것으로 해석된다.
당국은 올해 초부터 지속해서 PF 충격에 대비해 금융사가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야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이후 부실 사업장 정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상황에서 금융시장 충격으로 번지는 걸 막겠다는 목표다.
김주현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는 "부동산PF 연착륙을 위해 사업성평가 강화, 정상화펀드 활성화, 사업자보증 대상 다변화 등을 추진할 것"이라며 "금융기관의 PF 관련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고 부동산 관련 금융기관 건전성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2024년 업무계획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예상치 못한 금융시장 충격에 대비해서 과거 고유동성 상황보다 더 버퍼(준비자금)를 더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부실 PF를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하며 "올해부터는 정당한 손실인식을 미루는 등의 그릇된 결정을 내리거나 금융기관으로서 당연한 책임을 회피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시장에서의 퇴출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 많이 봐줬다면 지금은 시장 원칙에 가까운 방식으로 부동산 PF에 대한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며 "이해관계에 따라 강한 저항이 있더라도 뚫고 나가겠다"고도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부실사업장을 올해 안으로 정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무분별한 만기연장을 막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만기를 연장한 금융사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선제적인 손실인식을 통해 부실 PF 사업장에 묶여 있던 자금을 풀어 생산적인 배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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