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식스, '믿고 듣는' 밴드에서 '게임 체인저' 되기까지 [N초점]②

[음원 돌풍]

데이식스/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믿고 듣는' 밴드 데이식스(DAY6)가 음악성과 대중성을 모두 사로잡은 아이돌 밴드로 자리 잡으며 데뷔 9년 만에 만개했다.

지난달 2일 데이식스는 아홉 번째 미니앨범 '밴드 에이드'를 발매했다. '뮤직 힐러'를 자처한 데이식스는 음악으로 위로를 건넨다는 의도하에 다채로운 장르의 곡을 선보였다. 타이틀곡 '녹아내려요'는 10월 16일 기준 여전히 멜론 일간 차트 톱 10에톱 10에 머무르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신보뿐만 아니다. 현재 멜론, 지니, 벅스 등 국내 음원 사이트 일간 차트에는 데이식스가 과거에 발표한 곡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적게는 여섯 곡, 많게는 두 자릿수까지 넘어가고 데뷔곡부터 최근 곡까지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역주행한 곡도 적지 않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중이 데이식스 노래를 찾고 있다는 방증이다.

데이식스는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아티스트로, 이들의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아이돌 전문 엔터사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는 지난 2015년 밴드 데이식스를 결성했다. 데이식스의 행보는 같은 회사 내 아이돌 팀들과는 달랐다. 타 아이돌들이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탄생한다면, 데이식스는 상대적으로 음악 그 자체에 더 집중했다. JYP는 데이식스가 자작곡으로 데뷔하길 원했고, 이로 인해 데뷔 시기가 미뤄지기도 했다. 그만큼 데이식스만의 아이덴티티를 초반부터 구축하길 바랐던 것.

이에 멤버들은 데뷔 전부터 작사와 작곡에 열중했다. 여느 연습생들처럼 트레이닝을 받다가, 음악 작업을 통해 곡을 창작해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그럼에도 데이식스 멤버 전원은 작사와 작곡을 배우며 차근차근 본인들만의 음악을 만들었고, 데뷔곡 '콩그레츄레이션스'가 탄생했다.

데이식스는 데뷔 이후 두 장의 미니앨범을 발매한 뒤 K팝 신에서 독보적인 캐릭터와 음악으로 조금씩 주목받았다. 하지만 음악성에 비해 성적은 눈에 띄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멈추지 않았고, 2017년 '에브리데이 데이식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1개월 동안 매달 작사, 작곡에 참여한 신곡을 발표하고 12월에 이를 정규로 묶어 내는 색다른 프로젝트였다. 1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로 데이식스는 탄탄한 음악성을 입증했고, 이 노래들이 입소문을 타며 마니아층을 만들었다.

데이식스/JYP엔터테인먼트 제공

그 후에도 데이식스는 다채로운 곡을 선보이며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게 가져갔다. 이들은 '슛 미'(Shoot Me)를 통해 강렬한 음악을 들려줬다가도, 아련한 감성을 담아낸 '행복했던 날들이었다'로 반전을 꾀했다.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로 새로운 '희망가'를 만든 뒤에는 '스위트 카오스'로 폭발력 있는 음악을 들려줬다. 이후에도 매번 예측할 수 없는 곡으로 리스너들에게 '넥스트'를 기대하게 하는 게 데이식스였다. 덕분에 앨범을 내면 낼수록 '코어 팬층'이 확장됐다.

이 같은 데이식스의 노력과 음악에 대한 열정은 대중에게 닿았다. 유의미하게 결실을 본 게 바로 올해다. 데이식스는 지난달 발매한 앨범의 타이틀곡 '녹아내려요'로 데뷔 후 지상파 음악 방송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음원차트에서도 데이식스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발매 당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데뷔곡 '콩그레츄레이션스'는 데이식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뒤늦게 주목받았다. 덕분에 음원 발매 9년 만인 올해 역주행했고, 음원차트 톱 100에 올랐다. 이와 함께 '에브리데이 데이식스'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예뻤어'와 청춘송으로 사랑받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도 다시 주목받았다. 덕분에 데이식스가 전 음원차트를 장악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데이식스의 인기는 K-밴드 붐업에도 영향을 끼쳤다. 과거에도 여러 아이돌 밴드가 큰 인기를 끌었으나 '밴드'가 K팝 신에서 '주류'가 된다는 인상까진 주지 못했는데, 데이식스의 흥행 이후 여러 아이돌 밴드가 줄이어 론칭하면서 K-밴드의 음악이 하나의 장르가 됐다. 데이식스가 K팝 신의 '게임 체인저'(업계의 판도를 뒤바꾼 사건이나 인물)가 된 셈이다.

데이식스는 지난 9년의 노력이 꽃피워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은 것과 관련, 최근 뉴스1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은 음악은 언젠간 빛을 발한다고 믿어왔고, 많은 분께서 이렇게 들어주시고 사랑해 주시니 더할 나위 없이 고맙다"라며 "우리 음악이 건넨 위로가 듣는 분들의 마음에 와닿았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 음악이 주는 힘을 마주할 수 있어 정말 행운이라 여기고 있다"라고 한 바 있다.

과거 데이식스는 인터뷰를 통해 "한 분이라도 우리 음악에 공감해주셨으면 한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이후 오직 '음악' 외길만 걸으며 그 바람을 이뤄냈다. 그렇기에 '모든 순간을 노래하는 밴드'가 되고 싶다는 데이식스의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breeze5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