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아이돌의 '내일은' 펑크?

트러블메이커·지드래곤·김재중 등 '퇴폐美'로 승부

(서울=뉴스1) 맹하경 기자 = 혼성듀오 트러블메이커의 '내일은 없어' 뮤직비디오는 지난달 28일 공개 당일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1일 현재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있는 트러블메이커 공식계정의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676만여건에 달한다. 그룹 포미닛 김현아와 비스트 장현승이 출연한 이 영상은 파격적 연출로 19세 미만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뮤직비디오 속 클럽신에서 김현아는 초점 없는 눈빛으로 휘청거린다. 장현승은 웃통을 벗은 차림으로 여자들과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자마자 밤새 먹은 술을 토한다. 이들은 야릇한 눈빛과 과감한 스킨십이 난무하는 베드신까지 소화한다. 기존 아이돌에게서 찾기 힘든 모습이다.

지드래곤 정규 2집 앨범의 타이틀곡 '삐딱하게'도 비슷하다. 음원과 음반 순위에서 정상을 휩쓴 '삐딱하게' 뮤직비디오 에서 지드래곤은 비뚤어진 남자의 일탈을 보여준다. 지드래곤은 연신 불만에 찬 눈빛으로 행패를 부리고 클럽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 고함까지 질러댄다.

'내일은 없어' 가사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어 망설이지 마' 등 과감한 행동에 대한 갈증이 묻어나온다. '삐딱하게'에서는 '앞으로 더 비뚤어질래 투박해진 내 말투와 거칠어진 눈빛'을 노래하면서 세상에 꼬일 대로 꼬인 한 남자의 신경질적인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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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블메이커 미니 2집 앨범 타이틀곡 '내일은 없어' 뮤직비디오 장면. © News1 맹하경 기자

</figure>반항적이고 과격한 모습들을 부각한 이 두 뮤직비디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영국'이다.

'삐딱하게' 뮤직비디오 배경은 아예 영국 현지이며 '내일은 없어' 뮤직비디오에서는 노래 시작과 함께 영상 초반 영국 국기가 등장한다.

이렇듯 두 영상이 모티브를 따온 영국은 '펑크' 문화의 요람이다.

흔히 '펑크 록'으로 많이 알려진 펑크는 1970년대 중반 이후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과격한 록 장르란 뜻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의 불만이 폭발한 형태의 음악인 펑크는 이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펑크가 관습 탈피와 자유 등의 상징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1970년대 후반 런던 노동계층 젊은이들은 권위에 저항하려 펑크 문화를 따랐다. 이들은 길거리를 방황하고 거칠게 행동하면서 반사회적 메시지를 드러냈다.

이은미와 김철환의 책 '런던 수집'에서는 자유와 파격을 펑크 정신이라고 불렀다. 이처럼 넓은 의미에서 펑크는 권위주의에 거칠게 반항하는 태도로 정리할 수 있다. 전통적 가치관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만큼 있는 대로 부수고 헝클어진 모습은 펑크 정신을 표출하는 수단이다. 지드래곤과 트러블메이커가 노래와 뮤직비디오 속에서 그랬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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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 2집 앨범 타이틀곡 '삐딱하게' 뮤직비디오 장면. © News1 맹하경 기자

</figure>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가수들이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과정에도 일종의 유행 패턴이 있다"며 "'영국적인 것'은 멋있어 보이는 것이고 하나의 유행처럼 작용한다. 허세를 부리는 음악이 인기가 있는 점도 연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펑크 스타일은 지난달 29일 정규 1집 앨범으로 컴백한 그룹 JYJ의 김재중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타이틀곡 '저스트 어나더 걸(Just Another Girl)' 뮤직비디오에서 김재중은 몸에 문신을 하고 얼굴에는 짙은 아이라인을 그렸다.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고 불을 지피고 물건을 이리저리 흩뜨려 놓는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그들의 노래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어울린다"고 바라봤다. 이 평론가는 "요즘에는 아이돌 이미지를 오히려 파괴하는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며 "귀엽고 예쁘고 대중적인 모습보다는 파격적인 모습을 선호한다. 전에 없던 것들이고 좀 더 성인 느낌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파격적이고 반항적인 모습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요즘 들어 더 강렬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성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섹시한 모습, 격식으로부터 벗어난 모습 등이 신선하고 더 주목을 받을 수 있기에 그 강도가 훨씬 세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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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J 김재중 솔로 1집 앨범 표지(아래 왼쪽)와 타이틀곡 '저스트 어나더 걸(Just Another Girl)' 뮤직비디오 장면. © News1 맹하경 기자

</figure>대중문화 속 아이돌의 펑크 콘셉트는 일단 기존 모습으로부터의 일탈이며 파격이다. 그러나 이들의 자유와 파격은 전략적으로 소비되기 위해 빌려온 하나의 '스타일'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대형 기획사에 소속된 아이돌의 생활은 자유와는 거리가 멀고 이들의 노래 가사에는 권위를 향한 저항보다는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것에 비춰보면 말이다. 틀을 깬다기보다 취할 수 있는 콘셉트를 넓히는 차원에서 시도되는 하나의 유행, 그것이 아이돌의 펑크 스타일이 있는 현주소다.

hkmae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