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올' 된 '서울의 봄', 탄핵 정국 떠오르는 영화들 [정유진의 속닥무비]
- 정유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및 해제 이후 무려 1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탄핵 정국. 국회는 14일 오후 야당 주도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발의, 재 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을 맞닥뜨린 국민들은 과거의 교훈을 되짚기 위해, 혹은 공감하기 위해 몇몇 영화들을 '다시보기' 하고 있다.
가장 먼저, 많이 거론된 영화는 지난해 말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성공한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이다. 12.12 군사 반란을 다룬 '서울의 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10·26 사태 이후 비상계엄이 선포된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1979년 10월 26일 이후 무려 45년 만에 내려진 것으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서울의 봄'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 한동안 넷플릭스에서 영화 부문 톱10 1위에 올랐으며 현재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서울의 봄'은 지난달 말 열린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으며 지난 5일에는 제11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상을 받기도 해 여전히 '뜨거운' 영화임을 증명한 바 있다.
'서울의 봄'이 이 시국 가장 주목받는 영화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최근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 영화였다는 점도 있지만, '쿠데타'라 불리는, 이른바 '군사 반란'을 영화가 잘 묘사하고 있기 때문인 점이 크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국회의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며 약 2시간 30여분 만에 끝이 났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실제 군용 헬리콥터가 국회의사당 하늘을 나는가 하면 군인들이 본관을 봉쇄하는 등 긴박했던 상황이 뉴스 등을 통해 보도됐고, 많은 국민이 불과 1년여 전 영화 '서울의 봄'에서 봤던 쿠데타의 상황을 떠올렸다.
역사적으로 계엄령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총 10번 선포됐다. 이승만 정권에서 네 차례, 박정희 정권에서 네 차례, 전두환 정권에서 한 차례 선포됐고 45년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했다. 국민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계엄령은 주로 군부 독재 시절과 연관이 깊다. 5.16 군사 정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 정권을 다지는 데 이용했고, 자신의 집권을 연장하기 위해 1972년 10월 유신헌법과 함께 또다시 계엄을 선포했다. '전시나 사변' 등 국가의 비상사태에 대통령과 같은 국가 원수, 행정부 수반이 일정 지역의 행정권과 사법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군대에 맡기는 것이 계엄령의 본래 의미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본연의 의미는 퇴색되고, 계엄령은 대부분 독재 정권을 유지하려는 당대 대통령들의 수단으로 주로 사용됐다. 그래서 계엄령은 필연적으로 민주주의에 반했던 독재자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어떤 것이다.
'서울의 봄'과 함께 '끌올'(끌어 올리기) 되는 영화들이 대부분 독재 정권 전후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점은 그런 면에서 흥미롭다. 1980년 광주 민주화 항쟁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와 1987년 6월 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1987', 10·26 사태를 다룬 '남산의 부장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국내 영화 전문 OTT 서비스인 왓챠플레이에서는 랭킹 톱30 안에 '택시운전사'와 '1987'이 모두 올라가 있다. '다시보기'에 도전한 관객들은 어쩌면 '서울의 봄'이나 '택시운전사'에서 발생한 일들이 12월 3일에도 재현될 수 있었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영화는 언제나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역사적인 일을 다루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그것을 보는 현대의 관객들에게 시사점이 없다면 관심을 끌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서울의 봄' 등 근현대사 영화들은 탄핵 정국 속 관객들에게 현실을 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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