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경 "日 진출, 변화의 계기됐다…아카데미 수상 때 놀라서 경련"

[N인터뷰]

심은경/스튜디오빌 제공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배우 심은경이 지난 6여년간 많은 성과를 이뤄낸 일본 활동의 과정에 관해 이야기했다.

심은경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영화 '더 킬러스'(감독 이명세, 노덕, 장항준, 김종관) 관련 인터뷰에서 일본 영화계로 진출한 것이 당시 배우로서 했던 고민 때문인지 묻는 말에 "전혀 그런 것이 반영된 게 아니다, 별도로 생각했다"며 "힘들다고 일본 진출해서 잘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밝혔다.

이날 심은경은 "나는 어릴 때부터 해외 진출을 되게 많이 생각했고 목표가 컸었다, 그래서 한국뿐 아니라 다양한 나라, 다양한 언어의 영화들, 좋은 작품들이 있으면 그게 국적이 어디든 작품 활동을 해나가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고 그중 하나가 일본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2018년 일본의 소속사 유마니테와 계약을 체결하고 영화 '신문기자' '블루 아워' '동백정원' 등 일본 영화와 '7인의 비서' '군청 영역' 등 일본 드마라에 출연했다.

심은경은 "타이밍에 맞게 일본 진출이 됐다, 사실 그렇게 일본에서의 어떤 필모그래피라든가 성과는 누구도 예상을 전혀 하지 못했던, 회사 분들도 예상했던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심은경/스튜디오빌 제공

이어 그는 "천천히 해나간다는 생각으로 한 거였는데 생각보다 (잘 됐다),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 영상을 보시면 너무 놀라서 얼떨떨해한다"며 지난 2020년 열린 제43회 일본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신문기자'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때를 떠올렸다.

심은경은 "나는 그 자리에서 회사 분들과 '어차피 처음이자 마지막일 텐데, 연예인 분들 배우분들 구경하러 간다' '내가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도 가보고 그거 자체를 경험해 보자 즐겁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으니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옷도 드레스를 예쁜 것을 입고 머리도 붙이고 갔는데 즐겁게 즐기는 와중에 '퍼펙트 데이즈'의 야쿠쇼 코지 씨가 대배우가 내 이름을 호명하니까, 어안이 벙벙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내 이름을 부르실 게 아닌데 너무 놀라고 걸어나가는 데 경련이 일어나더라, 너무 놀라서, 아무런 코멘트도 준비 하지 않았었다, 예상외의 성과들이 다가와 줘서 나로서는 감사하고 겸손하게 노력하면서 해야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일본 활동 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단연 언어 문제였다. 심은경은 "기본적으로 나는 연기 자체를 어려워하는 타입이라, 일단 언어적인 부분도 있고, 말이 빨리 늘어야 하는 게 나의 가장 큰 숙제였다, 내가 틀리든 잘못된 표현을 하든 회사 분들이 우리 대표님을 빼고 다 일본 분이다, 내가 서툴더라도 일본어로 소통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래서 말이 늘었다"고 했다.

작품의 기획에 대해 촬영 기간이 짧은 것도 한국과 비교할 때 힘든 점이었다. 한국에서는 통상 한 편의 영화가 3~4개월의 촬영 기간을 갖지만, 일본에서 찍은 '블루아워'는 2주 만에, '신문기자'는 20일 만에 영화 촬영을 마쳐야 했다.

심은경은 "연기를 준비하면서 일본어 준비하는 게 벅찼다, 대사를 거의 번역본을 읽고 원대본을 같이 들고 다니면서 계속 읽었었다, 소리 내서 일본어를 연습하고 그 방식밖에 없었다, 그때 연기를 연습한 순간들이 변화의 계기가 돼줬다"고 밝혔다.

또한 "내가 이런 자세를 놓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어릴 때 분명히 엄마랑 둘이 대본을 지금도 내가 집에 보면 어릴 때 했던 '황진이' 대본이 있다. 그게 해져있다, 그걸 보면 내가 이 정도로 대사 연습을 엄청 했구나 한다, 어느 순간 그 자세를 잊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신문 기자'를 준비하면서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연기를 대하는 자세에 변화가 돼준 계기가 그때부터 있지 않았나 했다"고 덧붙였다.

'더 킬러스'는 헤밍웨이 단편소설 '더 킬러스'를 대한민국 대표 감독들이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고 탄생시킨 살인극을 담은 시네마 앤솔로지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형사 Duelist'를 연출한 이명세 감독이 총괄 크리에이티브를 맡았으며 배우 심은경이 각기 다른 감독들의 작품을 통해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펼친다. 김종관 감독, 노덕 감독, 장항준 감독, 이명세 감독이 각각 한 편씩 단편을 연출했다.

한편 '더 킬러스'는 오는 23일 개봉한다.

eujenej@news1.kr